애플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프로’가 고가 논란에도 사전예약 20만 대를 돌파했다. 초반 흥행 성공에도 애플 주가는 하락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주력 매출원인 아이폰 판매가 줄어든다는 관측 탓이다.
30일(현지 시간) 애플 전문매체 맥루머스는 애플 내부 관계자를 인용해 2월 2일 미국에서 공식 출시하는 비전프로 사전 판매량이 20만 대를 넘어섰다고 전했다. 사전 판매 12일만의 성과다. 앞서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는 긍정적인 상황을 가정할 시 올해 비전프로 판매량이 60만 대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을 내놓은 바 있다. 예상치의 3분의 1이 사전예약으로만 팔려나간 셈이다.
판매 호조 소식에도 이날 애플 주가는 1.92% 내렸다. 애플은 비전프로 출시 전날인 2월 1일 지난해 4분기 실적을 발표하는데, 실적 공개를 앞두고 주가가 빠지고 있는 것이다. 비전프로 판매량 상당수가 사전예약 시작과 함께 팔려나갔고, 이후 판매 속도가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이 발목을 잡는다. 맥루머스는 사전 판매 첫 3일간 16만~18만 대가 팔렸다고 전했다. 이후 판매량이 2만~4만 대에 그친 셈이다.
부정적인 아이폰 판매 전망도 주가를 끌어 내리는 요인이다. 애플은 총 매출 절반 이상을 아이폰에 기댄다. 이날 애플 전문 분석가인 궈밍치 TF증권 애널리스트는 “애플이 2024년 주요 글로벌 휴대전화 브랜드 중 가장 큰 폭의 판매량 하락세를 겪을 수 있다”며 “애플이 올해 ‘주요 반도체 부품’ 출하량을 약 2억 대로 줄였다”고 분석했다.
지난해 애플은 아이폰 2억3460만 대를 팔아치워 삼성전자를 제치고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 판매량 1위에 올랐으나, 올해는 하락세에 접어든다는 관측이다. 핵심 원인은 중국이다. 궈밍치 애널리스트는 “최근 몇주간 애플의 중국 내 출하량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0~40% 줄었다”며 “중국 소비자들이 폴더블폰을 선호하는데다 화웨이가 복귀하며 아이폰 점유율이 갉아먹히고 있다”고 지적했다. 화웨이는 미국 제재 여파로 큰 타격을 입었으나 지난해 말부터 중국 ‘애국소비’ 열풍을 타고 실적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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