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배 삼성전자(005930) 메모리사업부 사장이 자사 고대역폭 메모리(HBM) 사업에 대해 “실적으로 보여드리겠다”고 자신했다. 삼성전자는 메모리 반도체 글로벌 1위를 지키고 있지만 인공지능(AI) 컴퓨팅과 궁합이 좋은 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이 사장은 31일 경기 수원 영통구 한국나노기술원에서 열린 ‘반도체 산업 현장 간담회’ 직후 자사 HBM 사업 현황에 대해 묻는 질문에 이같이 답했다. HBM이란 데이터가 오고 가는 통로의 폭을 넓혀 처리 속도를 획기적으로 향상한 메모리를 말한다. 병렬 연산을 통해 수많은 데이터를 동시다발적으로 처리해야 하는 AI 컴퓨팅에 적합해 AI 붐과 함께 HBM에 대한 수요가 폭증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D램 시장에서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HBM 시장에서는 SK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다만 최신 제품인 HBM3에서는 양사 격차가 더욱 벌어져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를 압도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날 열린 실적 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고객 맞춤형 제품을 통해 HBM 시장 영향력을 확대해나가겠다는 전략을 시사했다. 회사 측은 "HBM3와 5세대인 HBM3E의 선단 제품 비중은 지속적으로 증가해 올해 상반기 중 판매 수량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하반기에는 그 비중이 90% 수준에 도달할 것"이라며 "HBM3E은 올해 상반기 중 양산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표준 제품뿐 아니라 고객 맞춤형인 커스텀 HBM제품도 함께 개발 중이고 덧붙였다. 회사 측은 "현재 주요 고객사들과 세부 스펙에 대해 협의 중"이라고 설명했다.
삼성전자의 지난해 4분기 연결 매출액은 67조 7799억 원, 영업이익은 2조 8247억 원으로 집계됐다. 매출과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81%, 34.4% 하락했다. 지난해 연간 매출액은 258조 9355억 원, 연간 영업이익은 6조 5670억 원으로 집계됐다. 같은 기간 매출은 14.3%, 영업이익은 84.8% 감소한 수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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