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필수의료 분야의 수가를 대폭 인상하기 위해 2028년까지 향후 5년간 10조 원 이상 투입한다. 분만·소아 분야에는 난이도와 위험도 등을 고려한 ‘공공 정책 수가’를 추가 지급한다. 중증·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사후 보전하는 ‘대안적지불제도’도 도입한다. 필수의료에 대한 지원과 반대로 혼탁해지는 미용 성형 등 비급여 분야에는 대대적인 메스를 대기로 했다.
보건복지부는 1일 이 같은 내용의 필수의료 보상 체계 공정성 제고 방안을 내놨다. 업무 강도가 높고 자원 소모가 많지만 저평가된 필수의료 항목의 상대 가치 점수를 선별해 집중적으로 의료 수가를 인상하겠다는 계획이다. 내시경 수술 등 저평가된 수술·처치 수가와 화상, 수지 접합, 소아외과·이식외과 등 고난도·고위험 수술 수가가 인상된다. 행위별 수가 지원이 어려운 필수의료 영역은 난이도, 위험도, 시급성, 숙련도, 소요 시간(대기·당직) 등을 반영해 공공 정책 수가 등을 통해 추가 지원한다. 분만·소아 분야에 우선 적용할 방침이다. 어린이 공공전문진료센터나 중증응급센터 등 중증·필수의료 인프라를 유지하는 데 드는 비용을 사후에 보전하는 대안적지불제도도 도입한다.
환자의 의료비 부담 증가와 필수의료 분야 의료 인력 유출의 주요 요인으로 인식되는 비급여 진료에 대해서는 대대적인 수술이 이뤄진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아 환자가 부담하지만 실손보험에서 보장받으면서 급격하게 늘어나는 진료 분야들이 대상이다. 도수 치료, 백내장 수술 등 중증이 아니면서도 비급여 이용이 많은 진료 행위에 대해 비급여와 급여를 섞어 사용하는 혼합 진료를 금지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주기적으로 의료 기술 재평가를 거쳐 치료 효과성을 검증·공개하고 문제 항목은 비급여 목록에서 제외할 방침이다. 눈썹 문신, 제모와 같은 의료적 필요성이 낮고 안전성 확보가 가능한 일부 미용 의료 시술에 대해서는 별도 자격 제도와 관리 체계를 구축·운영하고 있는 영국·캐나다의 사례를 적극 검토할 계획이다.
다만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 강화를 위해 10조 원 이상의 재정을 투입해야 하는 만큼 국고 부담이 만만치 않다는 게 문제다. 필수의료에 대한 보상의 대부분이 건보를 통해 이뤄지는데 건보의 재정은 악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예산정책처에 따르면 건보 재정은 올해부터 적자로 돌아서 2032년에는 20조 원까지 적자 규모가 확대됐다가 2028년에는 적립금이 고갈될 것으로 전망된다.
수가 인상에 찬성하는 의료계도 건보 재정 고갈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이상이 제주대 의과대학 교수는 “응급의학과·외과 등 필수의료에 대한 수가를 인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만 국민 전체 의료비가 높아져 건보 재정이 고갈될 우려가 있다”면서 “동네 병원에서 수액을 맞는 등 중증이 아닌 의료 행위에 대해서는 건보 적용을 줄이고 의사들도 큰 병이 아닌 경우 내원을 지속적으로 권유하는 등의 행위를 자제하겠다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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