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투자회사 콜버그크레비스로버츠(KKR)가 8조 원이 넘는 대형 인프라 펀드를 새롭게 조성했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TY홀딩스가 태영건설(009410)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자구책의 일환으로 추진 중인 에코비트 매각 과정에서 이번 KKR 펀드가 어떤 영향력을 행사할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일 KKR은 아시아태평양 지역 인프라 자산에 투자할 수 있는 ‘아시아 태평양 인프라 2호 펀드’를 최근 64억 달러(약 8조 5000억 원) 규모로 조성했다고 밝혔다. 이번 펀드는 아시아태평양 지역 투자를 위한 인프라 펀드 중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규모로 조성됐다. KKR이 2021년 총 39억 달러(5조 2000억 원) 규모로 만든 ‘아시아 태평양 인프라 1호 펀드’와 비교하면 사이즈를 두 배 가까이 키웠다.
KKR은 2021년 TY홀딩스와 국내 폐기물 수처리 기업 에코비트를 합작 설립했다. 이 때 KKR의 인프라 1호 펀드가 동원되면서 현재 양측이 지분을 50대50으로 나눠 갖고 있다.
KKR은 지난해 TY홀딩스에 총 4000억 원을 대여해주면서 에코비트 지분 50%도 담보로 잡아둔 상태다. 최근 TY홀딩스는 자회사 태영건설의 워크아웃 신청에 따라 그룹의 핵심 자산으로 평가 받는 에코비트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매각 주관사로 해외 IB인 UBS·씨티를 선정한 단계다.
시장 일각에서는 KKR이 일단 에코비트 매각에 동의했지만 만족할 만한 가격이 책정되지 않으면 나머지 지분 50%를 직접 인수할 수도 있다고 평가해왔다. 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KKR은 담보권을 행사하면 나머지 지분을 시장 가격보다 싸게 매입할 수 있다고 여전히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KKR은 이번 인프라 2호 펀드가 전체 약정액의 과반이 넘는 10건 이상의 투자를 이미 집행 완료했다고 밝혔다. 약 4조 원의 자금이 펀드 내에 잠자고 있어 향후 인수금융 등을 포함하면 이보다 훨씬 큰 투자가 가능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양한 KKR 서울사무소 파트너는 이번 펀드 조성 성공에 대해 “각 나라의 특성과 사업 환경을 깊이 이해하는 KKR팀의 강점이 결합된 결과”라며 “본 펀드를 통해 한국과 일본 인프라 부문에 대한 투자를 한층 더 적극적으로 할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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