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삼성전자(005930) 회장의 부당 합병·회계 부정 혐의 사건의 1심 선고일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재판부의 결정에 따라 이 회장이 그려온 뉴 삼성 청사진의 운명이 결정되는 만큼 삼성에는 팽팽한 긴장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재계에서도 이 회장이 9년째 겪고 있는 사법 리스크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주목하고 있다.
4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5-2부(박정제 지귀연 박정길 부장판사)는 5일 이 회장의 자본시장법 위반 혐의 사건 선고 공판을 연다.
이 회장이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 실장, 김종중 전 미전실 전략팀장, 장충기 전 미전실 차장 등과 함께 2020년 9월 기소된 지 3년 5개월 만이다. 법원은 지난달 26일 선고기일을 열 예정이었지만 한 차례 연기했다.
이 회장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 과정에서 불법적으로 관여한 혐의 등으로 재판에 넘겨졌다. 검찰은 지난해 11월 17일 결심 공판에서 이 회장에게 징역 5년과 벌금 5억 원을 구형했다.
이 회장 측은 당시 합병이 합리적 경영 판단이었고 합병 후 경영실적이 개선됐다며 혐의를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이 회장은 결심공판에서 "합병 과정에서 제 개인의 이익을 염두에 둔 적 없다"며 "저의 지분을 늘리려고 다른 주주들에게 피해를 입힌다는 것은 상상조차 한 적도 없다“고 말했다.
삼성은 재판부가 이 회장 측의 주장을 받아들여 무죄를 선고하거나 검찰 구형량보다 낮은 형을 결정해 집행유예로 이어질 가능성을 기대하고 있다. 이 경우 이 회장이 경영 활동에서 운신의 폭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형법상 집행유예는 3년 이하의 징역을 선고하는 경우에만 가능하다.
이 회장은 이번 부당 합병·회계 부정 건으로 2021년 4월부터 작년 11월 결심 공판까지 총 106번 열린 재판에 해외 출장 등으로 불출석한 11번을 제외하고 총 95번 출석했다.
총수의 경영 활동 제약 속 삼성전자도 흔들렸다. 삼성전자는 주력인 메모리 반도체 시황이 악화하며 지난해에만 반도체 부문에서 15조 원에 가까운 적자를 냈다. 지난해 글로벌 반도체 매출 1위 자리도 2년 만에 인텔에 넘겨줬고, 스마트폰 사업에서도 출하량 1위 자리를 13년 만에 애플에 빼앗겼다.
사법 리스크라는 불확실성 속에서 미래 성장 동력도 찾기 어려웠다. 삼성의 대형 M&A 시계는 이 부회장이 주도한 9조원 규모의 음향 전장기업 하만 인수(2017년) 이후 7년 동안 멈춰있다. 최근 급부상한 고대역폭 메모리(HBM) 선점 경쟁에서 삼성전자가 SK하이닉스(000660)에 밀린 것도 미래 투자가 제때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재계 관계자는 ”급변하는 글로벌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전문경영인이 아닌 '오너 리더십'을 통한 장기적 안목의 경영이 필요하다“며 ”대규모 M&A나 투자를 결단 짓는 건 결국 총수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재계는 이번 1심 결과에 따라 이 회장의 향후 경영 행보가 달라질 것으로 보고 있다. 사법 리스크가 해소될 경우 대규모 투자와 신사업 발굴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뉴 삼성’ 기틀 잡기를 위한 컨트롤타워 재건과 조직 개편, 책임경영 기조 확립을 위한 등기이사 복귀에도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1심 선고 결과가 어떻게 나오더라도 양측의 항소 가능성이 있는 만큼 당분간 사법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되기는 쉽지 않을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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