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정보기술(IT) 전시회 ‘CES 2024’를 다녀왔다. 올해 행사에서 눈여겨본 몇 가지 트렌드가 있다. 스쿠터나 트랙터까지 전 영역을 아우르는 최첨단 모빌리티, 탄소 감축이나 배터리 재활용 등 지속 가능성을 위한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기술, 사회 전반에 파고들고 있는 로보틱스 등이 바로 그것이다. 그리고 이 모든 기술들은 인공지능(AI)과 데이터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화장품이나 소비재 회사들도 많이 참여하고 있었는데 제품보다는 소비자의 경험에 집중하고 이를 위해 생성형 AI와 같은 첨단 기술들을 활용하고 있다는 것도 흥미로웠다.
이렇게 온 세상이 AI로 시작해 AI로 끝나는 것 같지만 요즘 기업 경영자들을 만나면 가장 많이 듣는 질문이 있다. ‘AI를 가지고 뭘 해야 하느냐’는 것이다. 실제로 IBM이 최근에 발표한 글로벌 조사에 따르면 약 42%의 기업은 AI를 비즈니스에 적극적으로 도입했지만, 탐색하고 실험하는 단계에 머무르고 있는 기업들도 40%에 이를 정도로 아직도 많은 기업이 AI 도입 초기 단계에서 고민하고 있다. 이런 고객들에게 필자는 두 가지 정도를 조언하고 있다. 하나는 AI를 활용해서 새로운 비즈니스를 창출하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내부적으로 경영 최적화에 AI를 활용해 운영 효율화를 이루는 것이다.
더불어 AI를 도입하려는 단계에 있는 기업들은 다음 네 가지 사항을 염두에 뒀으면 한다. 대부분의 기업들이 생성형 AI를 활용할 때 생성형 AI가 내장된 소프트웨어를 구입하거나 애플리케이션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API)를 통해 타 사 모델을 사용한다. 가장 쉬운 방법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업들은 보호해야 할 정보와 지식재산권, 영업 비밀이 있으며 윤리, 평판, 규제 준수를 고려해야 한다. 따라서 중요한 데이터를 제3자에게 아웃소싱하는 대신 자체 AI 모델을 구축하는 것을 추천한다. 이런 방식이야말로 데이터를 보호하고 인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는 완전한 힘을 가지게 되며 진화하는 기술에 맞춰 AI를 훈련·조정·관리할 수 있다. 더 나아가 이 AI 모델의 수익화에 대한 실질적인 소유권을 갖게 된다.
다른 하나는 커뮤니티를 활용하라는 것이다. 향후 AI가 어디를 향하든 하나의 폐쇄적인 모델이 모든 것을 지배하지는 못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AI 혁명은 각각의 영역에서 전문성을 가진 조직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에 의해 추진될 것이다. 기업은 오픈소스 모델, 프라이빗 모델, 자체 개발한 모델을 혼합해 사용함으로써 이런 커뮤니티가 가진 저력을 최대한 활용할 수 있는 위치에 설 수 있다.
또한 AI가 어디서나 효율적으로 실행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개방형 하이브리드 클라우드 기술로 구축하면 비용, 성능, 지연 시간을 최적화할 수 있고 데이터를 더 쉽게 관리할 수 있다. 아울러 퍼블릭 및 프라이빗 클라우드와 자체 서버 간에 원활하게 AI 모델을 학습·조정·배포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책임감 있는 거버넌스를 AI 활용 시 핵심으로 삼아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AI가 야기하는 새로운 위험은 AI가 가진 이점을 상쇄할 것이다.
우리가 AI의 변곡점에 도달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고 누구도 뒤처지기를 원하지 않는다. 좋은 AI는 관리되는 AI다. 기업들이 여기에 추천한 내용들을 충분히 고려하고 반영한다면 선두 주자로서의 입지를 굳히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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