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필자가 아들을 포함한 젊은 직장인을 만날 때면 “은퇴 준비는 빠를 수록 좋고, 투자 수단으로는 타깃데이트펀드(TDF)를 권한다”고 조언한다. TDF는 투자자의 은퇴 목표 연도나 특정 시점에 맞춰 투자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설계된 펀드다. TDF 뒤에 붙은 숫자는 투자목표 달성 연도를 의미한다. 예컨대 TDF2040은 2040년에 은퇴를 목표로 하거나 2040년까지 자녀의 학자금 등을 마련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해 설계된 것이다.
국내에서 TDF는 대부분 은퇴자금 마련을 투자목적으로 활용되는 것과 달리 미국에서는 여러 목적으로 이용된다. 미국의 ‘529 Collage Savings Plan’은 자녀의 높은 학자금 비용 마련을 위해 행정부 차원에서 시행하는 제도로, 세제혜택도 제공한다. 이렇게 자녀의 대입 시점에 맞춰 비용 마련을 목표로 운용되는 펀드도 일종의 TDF다.
은퇴 시점에 맞춰진 TDF는 자산배분전략으로 ‘글라이드패스’를 사용한다. 글라이드패스는 TDF의 핵심 구성 요소 중 하나로 투자자의 연령 또는 은퇴 시점까지 남은 기간에 따라 투자 포트폴리오의 위험 수준을 조정해 나가는 전략을 의미한다. 즉 투자자가 젊을수록, 투자가 빠를수록, 목표 시점까지 여유로울수록 주식과 같은 고위험·고수익 자산에 더 많이 투자한다. 이는 장기적으로 성장 잠재력이 있는 젊은 투자자가 수익률 변동성에 대해 더 높은 내성을 갖는 특성을 활용하는 것이다. 그리고 비행기가 안전한 착륙을 위해 고도를 낮추듯 은퇴 등 목표시점에 이를수록 채권이나 현금과 같은 저위험 안전자산의 비중을 높여 나간다. TDF의 가장 큰 장점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펀드가 위험도를 자동으로 조정해 준다는 점이다. 이에 투자자는 자산 배분을 개별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없어 은퇴 준비에 있어 간편하고 효율적인 투자가 가능해 진다.
국내 TDF 시장에 본격적으로 자금이 유입된 시기는 2017년 이후이다. 펀드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월 30일 기준 국내 TDF는 35.2%의 누적수익률을 기록하고 있다. 이는 같은 기간 코스피200의 배당금 재투자 시 얻는 누적수익률(32.2%)보다 우월한 수준이다. 위험지표인 변동성위험은 코스피200의 40% 수준으로 낮다. 즉, 국내 TDF는 평균적으로 지난 5년간 위험대비수익률 측면에서 코스피200 대비 월등한 실적을 기록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국내 TDF의 누적수익률(35.2%)은 연평균 6.2% 수준으로 같은 기간 국내 평균 물가상승률인 2.6%보다 높았다. 인플레이션 헤지(위험분산)에도 성공한 셈이다.
국내 TDF 시장은 설정액 기준으로 2019년 이후 2022년까지 매년 1조원 이상, 2021년에는 3조 5000억 원의 자금 순유입이 있었던 뮤추얼 펀드의 한 유형이다. 2023년에는 4000억 원 순유입에 그쳤지만, 2024년 갑진년이 시작된 후 한달 정도 흘러간 1월 29일 지난해의 절반인 2000억 원 이상의 순유입을 보이고 있다. 아마도 다른 유형의 펀드처럼 지난 1년의 평균 수익률이 10% 이상을 기록했기 때문일 것으로 판단된다. 필자의 오랜 금융시장 경험으로 볼 때, TDF는 국내의 펀드유형 중에서도 위험대비 실질수익률(수익률-물가상승률)이 가장 우월한 유형이라 생각된다. 따라서 연초 이후 양호한 자금 흐름이 지속되길 기대해 본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