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5년간 100건에 가까운 산업 기술이 해외로 유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기술이 표적이 됐다.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을 대폭 강화할 방침이다.
6일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산업기술보호 주요 이슈와 대응방향’에 따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적발된 산업기술 해외 유출 사례는 9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한 해 동안만 23건이 적발됐다. 기술 유출 적발 건수는 2019년 14건, 2020년 17건, 2021년 22건, 2022년 20건으로 꾸준히 증가세다. 산업기술 중 국가핵심기술만 놓고 보면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5년간 33건의 해외 유출 사례가 적발됐다.
기술 유출은 주로 반도체 분야에 집중됐다. 최근 5년간 적발된 반도체 기술 유출 사례는 38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96건)의 약 40%를 차지했다. 디스플레이 기술 유출 적발 건수도 16건으로 전체의 약 17%를 차지했다. 이어 전기전자(9건), 자동차(9건), 정보통신(4건), 조선(3건) 순이었다. 특히 반도체는 최근 5년간 국가핵심기술로 분류되는 기술만 10건이 유출됐다. 같은 기간 전체 국가핵심기술 유출 건수(33건)의 약 30%다.
정부는 기술 유출 수법이 지능화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외국 기업이 국내에 기업을 설립한 후 인력을 고용해 기술을 취득하는 방식이 대표적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유출 수법이 다양해지고 있는 상황”이라며 “외국인이 국내 기업을 인수한 후 인수 기업의 기술을 유출하거나 해외의 국내 기업 모회사를 인수해 첨단기술을 확보하려는 사례도 있다”고 설명했다.
증가세인 기술 유출을 막기 위해 ‘산업기술보호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앞서 산업부는 지난해 9월 산기법 개정안을 마련해 국회에 제출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기술 유출에 대한 처벌과 정부의 관리·감독 권한을 강화하는 것이 개정안 핵심이다. 구체적으로 국가핵심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벌금 한도가 기존 15억 원에서 65억 원으로 상향된다. 기술 침해에 대한 징벌적 손해배상 한도는 기존 3배에서 5배로 확대된다. 기술유출 브로커도 처벌할 수 있도록 침해 행위를 늘리고 처벌 요건을 ‘목적’에서 ‘고의’로 넓히는 내용도 담겼다.
개정안대로면 ‘판정신청통지제’도 도입된다. 정부가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을 분류하기 위해 직권으로 ‘판정 신청’을 제기할 수 있는 제도다. 기존에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판정을 신청하는 경우에만 정부가 국가핵심기술 여부를 들여다볼 수 있었다. 산업부 측은 “고의나 과실에 의한 (기술) 불법 수출을 예방하기 위한 제도”라고 했다.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을 사들이려는 외국인에게 ‘공동 신고 의무’도 부여한다. 인수를 하려는 외국인과 인수를 당하는 국내 기업이 공동으로 정부에 M&A 신고해야 하는 제도다.
산업부는 올 상반기 내 산기법 개정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이다. 상반기에 법이 개정될 경우 하반기에 시행령 개정도 추진한다. 산업부는 “기술 보호를 하면서 불요불급한 규제는 완화해 기업 불편을 해소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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