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정보기술(IT) 시장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는 데이터센터 공룡 기업들이 일제히 올해 설비투자를 늘릴 계획을 내놓고 있다. 챗GPT, 온디바이스 인공지능(AI) 등 최첨단 AI 시대에 대응하기 위한 인프라 확대로 분석된다. 이들의 설비투자 확대로 세계 각지에 고성능 서버 수가 확대되면서 핵심 부품인 D램 판매량도 크게 증가할 것으로 보인다.
6일 업계에 따르면 구글·마이크로소프트(MS)·아마존·메타 등 세계 4대 데이터센터 운영 회사로 꼽히는 IT 기업들이 최근 실적 발표회를 통해 올해 설비투자액(CAPEX)을 올리겠다고 공언해 주목을 끌고 있다.
구체적으로 설비투자액 범위를 제시한 기업은 페이스북·인스타그램 등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로 유명한 메타다. 수전 리 메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2024년 설비투자액 범위는 300억~370억 달러(약 39조~49조 원)로 지난해 3분기 실적 설명회에서 발표했던 최대 전망치보다 20억 달러 상승했다”며 “설비투자는 주로 서버 분야에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되는데 AI와 AI 이외 기기에 대한 투자를 포함한다”고 말했다. 구글의 지주회사 알파벳도 올해 연간 설비투자액이 2023년보다 현저히(notably) 커질 것으로 기대한다고 공언했다. 아마존·MS 역시 인프라 증대를 위한 자본 지출이 의미 있는 수준으로 증가할 것이라고 했다.
이들은 올해 설비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유로 AI 시장의 확대를 꼽았다. 브라이언 올사브스키 아마존 CFO는 “AWS(아마존의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부)에서 생성형 AI와 대규모언어모델(LLM) 관련 인프라 투자가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이유로 지난해 부진했던 IT 시장이 본격적으로 회복세에 들어서면서 대형 기업들도 투자를 위해 기지개를 켜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AI 열풍과 시황 회복으로 인한 IT 공룡들의 데이터센터 증설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세계 최대 메모리 회사들에 상당한 호재다. 서버는 크게 중앙처리장치(CPU), 그래픽처리장치(GPU) 등 프로세서와 지근거리에서 이들의 연산을 돕는 D램 등으로 구성된다. 설비투자로 서버 수가 늘어날수록 D램 판매량 역시 크게 증가할 수 있다. 특히 서버용 D램 시장은 모바일·PC 등 3대 D램 분야 중에서도 고용량 칩 위주로 판매되기 때문에 메모리 회사들의 매출과 이윤을 크게 늘릴 수 있는 품목이기도 하다.
더구나 4대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본사가 있는 미국은 세계 하이퍼스케일 데이터센터 시장에서 40~50%의 점유율을 차지한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4대 기업을 최우선 고객으로 두고 북미 시장을 타깃으로 서버용 메모리 판매량 확대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올해 두 회사는 지난해 불황 여파로 인한 부진한 실적을 딛고 확실한 반등을 노리기 위해 북미 시장을 더욱 적극적으로 공략할 공산이 크다.
데이터센터 기업들의 투자 발표가 이어지자 서버용 D램 시장의 반등을 예측하는 시장조사 업체들도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시장조사 업체 트렌드포스는 올해 처음으로 발간한 월간 D램 리포트를 통해 올해 3분기까지 서버용 D램 시장이 공급 부족 현상을 겪는다고 관측했다. 올 1분기에는 서버용 D램 수요량이 공급량을 9.51%나 앞지를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메모리 업체들의 뼈를 깎는 감산 정책과 데이터센터 회사들의 재고 소진, 메모리 구입이 맞물린 것으로 분석된다.
서버용 D램 시장 강세로 주목 받는 메모리는 DDR5 D램 모듈과 고대역폭메모리(HBM)다. 특히 지난해부터 AI 업계에서 큰 주목을 받았던 HBM은 올해에도 메모리 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올해 AI 기업들의 HBM 수요를 맞추기 위해 생산 능력을 기존 대비 각각 2.5배, 2배 이상 늘리기로 했다. DDR5 D램 기반의 고용량 D램 모듈 개발과 판매 확대가 뒤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 측은 지난달 25일 개최된 2023년 4분기 실적 발표회에서 “고용량 DDR5는 128GB 제품 외에도 최근 수요가 증가하고 있는 256GB 모듈까지 제공할 것”이라며 “고성능 서버 모듈인 MCR DIMM 등 다변화하는 메모리 제품에서도 회사 기술 리더십을 강화해나갈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