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2월 경상수지가 74억 1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하며 8개월 연속 플러스 기조를 이어갔다. 반도체·자동차 등 수출 호조의 영향으로 당초 전망치를 웃돌았다. 이 같은 수출 회복세에도 불구하고 내수는 3개월 연속 둔화세를 나타내며 극명한 온도 차를 보였다.
한국은행이 7일 발표한 ‘2023년 12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지난해 연간 경상수지는 354억 9000만 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이는 2022년(258억 3000만 달러)보다 37.4% 늘어난 수치다. 한은의 당초 전망치(300억 달러)와 비교해도 50억 달러 이상 늘었다. 지난해 경상수지는 5월부터 12월까지 8개월 연속 흑자 기조를 나타냈다.
월별로 살펴보면 지난해 12월 경상수지 흑자 규모는 74억 1000만 달러였다. 2022년 12월(23억 1000만 달러)은 물론 지난해 11월(38억 9000만 달러)과 비교해서도 큰 폭의 증가세였다. 이는 반도체와 승용차의 수출 증가세 덕분이다. 반도체 수출은 111억 9000만 달러로 전년 같은 기간보다 19.1% 증가했다. 승용차(62억 달러) 역시 19.2% 늘었다. 지역별로 보면 미국으로의 수출은 112억 9000만 달러로 20.7% 뛰었다. 반면 경기 둔화를 겪는 중국으로의 수출은 108억 6000만 달러로 3% 줄었다.
수입은 전년 같은 기간보다 11% 감소했다. 반도체 제조 장비(-24.4%), 반도체(-7.7%) 등 자본재 수입이 7.9% 줄었고 가스 수입액도 30% 넘게 감소했다. 서비스수지는 25억 4000만 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11월(-22억 1000만 달러)과 비교해 적자 폭도 커졌다. 이는 한국을 찾은 일본 관광객이 줄며 여행 수입이 감소한 결과다.
신승철 한은 경제통계국장은 “지난해 11월 말 전망보다 서비스와 소득수지가 부진했지만 상품수지가 크게 개선됐다”며 “지난해 11~12월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출이 개선됐고 대중 무역수지도 적자 폭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수출 증가세는 뚜렷했지만 내수는 침체를 벗어나지 못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의 ‘2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내수는 지난해 12월부터 석 달째 둔화하고 있다. 12월 소매판매는 국내 승용차(-9.7%), 의복(-6.7%), 음식료품(-5.2%) 등 대다수 품목에서 감소하며 전년 동기보다 2.2% 줄었다. 서비스 생산 역시 도소매업(-3.7%), 금융 및 보험업(-3%), 숙박 및 음식점업(-2.2%) 등 예외 없이 감소세를 나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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