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얼리어답터의 관심을 모은 애플의 혼합현실(MR) 헤드셋 ‘비전 프로’가 최근 출시되면서 국내 가상현실(VR) 스타트업이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기기는 나왔지만 아직 체험할 수 있는 킬러 콘텐츠가 전반적으로 부족하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 스타트업은 공연·게임 등 생생한 콘텐츠로 승부를 보겠다는 구상이다.
10일 스타트업 업계 및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2일(현지시간) 비전 프로를 북미 지역에서 먼저 출시했다. 해당 지역 애플스토어 전 매장에서 이용자들이 비전 프로를 구매하고 체험할 수 있게 됐다. 애플은 지난해 6월 세계 개발자 회의(WWDC)에서 처음 공개한 이후 8개월 만에 비전 프로를 선보였다. 아이폰 혁명을 이끈 애플이 2015년 워치 제품을 선보인 이후 9년 만에 내놓은 신(新) 제품인 만큼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의 이목이 집중됐다.
국내 스타트업 업계도 비전 프로를 통해 콘텐츠 시장이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메타(옛 페이스북)가 2016년부터 ‘오큘러스’와 ‘퀘스트3’ 등 VR 헤드셋을 먼저 선보인 후 애플이 모처럼 시장에 가세했기 때문이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헤드셋 특성에 맞는 콘텐츠를 잘 개발하면 국내 기업도 시장에서 충분히 입지를 키울 수 있다”고 말했다. 해외 시장조사기관 마켓앤마켓에 따르면 글로벌 VR 시장은 2022년 370억달러(약 49조 원)에서 2027년 1145억달러로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흥행이 예상되는 콘텐츠 분야는 K팝이다. 글로벌 문화로 급부상한 K팝 가수들의 무대를 실제 콘서트 현장에 있는 것처럼 즐길 수 있어서다. VR 콘서트 제작 스타트업인 ‘어메이즈VR’은 비전 프로용 ‘어메이즈VR 콘서트’ 어플리케이션을 최근 내놨다. 이 앱은 애플 공식 뉴스룸을 통해 비전 프로로 즐길 수 있는 앱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했다. 어메이즈VR은 이미 SM엔터테인먼트, 워너레코드, 소니뮤직 등 주요 엔터테인먼트 기업과 파트너십을 맺고 에스파, 카이, 메건 더 스탤리언 등 여러 장르에서 공연 콘텐츠를 선보인 바 있다.
팀 쿡 애플 최고경영자(CEO)가 비전 프로를 가리켜 ‘최초의 공간 컴퓨터’라고 정의하면서 공간을 활용한 콘텐츠에도 관심이 쏠린다. 그만큼 현실경험을 넓혀주는 XR 콘텐츠도 비전 프로에서 주된 콘텐츠로 소비될 것으로 기대된다. 스타트업 이매지니어스는 그동안 제작해온 XR 콘텐츠를 더 실감나게 즐길 수 있도록 하는 비전 프로용 플랫폼 개발에 나섰다.
다양한 XR 콘텐츠를 쉽게 만들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국내 스타트업도 있다. 리빌더에이아이는 스마트폰만으로도 3D 콘텐츠를 생성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인공지능(AI) 솔루션을 개발했다. 이 솔루션은 스마트폰으로 주변 사물이나 공간을 촬영하면 피사체를 3D 콘텐츠로 빠르게 변환해주는 것이 특징이다.
몰입도가 배가된 VR 게임도 비전 프로를 통해 즐길 수 있다. 레드브릭은 현실세계와 같은 3차원 가상세계를 뜻하는 메타버스를 구현할 수 있는 다양한 게임을 만든다. 이 스타트업의 게임 플랫폼을 체험한 전 세계 누적 이용자는 최근 100만 명을 넘어섰다. 회사 관계자는 “비전 프로 덕에 게임 소비층 저변이 넓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업계에선 한때 몰렸던 VR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가 다시 확대될지에 주목하고 있다. 관련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메타버스 열풍이 불었다가 한동안 주춤했었다”면서 “비전 프로 출시를 계기로 VR 시장에 다시 훈풍이 불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다만 벤처캐피탈의 한 심사역은 “투자 시장이 여전히 냉랭한 데다 VR 기기가 대중화되기엔 여전히 넘어야 할 숙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실제로 비전 프로의 가격은 256GB 용량 기준 3499달러 이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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