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즈를 맞추면 보상으로 포인트를 준다. 매일 출석 체크를 해도 포인트가 제공된다. 친구 초대·트위터 계정 팔로우 등으로도 포인트를 받을 수 있다. 포인트를 스테이킹하면 추가 포인트가 지급된다. 이 모든 과정은 오버월렛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에서 터치 몇 번으로 가능하다. 상대적으로 어렵고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하는 블록체인 기반 디앱과는 거리가 멀다. 일반 대중을 상대로 접근성 높은 서비스를 만들겠다는 김재윤 슈퍼블록 대표의 철학이 녹아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피부과 시술권 바우처를 외국인 관광객들에게 판매하는 등 대중에 가까운 블록체인 서비스의 영역을 넓혀갈 계획이다.
오버월렛, 출시 6개월 만 가입자 수 500만 명 달성
지난 달 30일 서울시 강남구에 있는 슈퍼블록 사무실에서 만난 김재윤 슈퍼블록 대표는 “블록체인은 새로운 시장을 만드는 기술”이라며 “시장 이용자들은 웹3 네이티브가 아니기에 재밌고 쉬운 서비스를 구축하는 데 집중했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거래소 가입·출금 등 기존의 번거로운 절차를 생략하고 대중화에 초점을 맞췄다는 설명이다. 오버월렛은 슈퍼블록이 개발하고 있는 블록체인 ‘오버프로토콜’의 전용 가상자산 지갑이다. 오버월렛에서 모은 포인트는 에어드랍 이벤트와 오픈 베타 테스트넷 참여 등에 사용할 수 있다.
오버월렛은 출시 약 6개월 만에 가입자 수 500만여 명, 일간 활성 사용자 수(DAU) 약 100만 명을 달성했다. 가입자도 전세계에 고루 분포돼 있다. 가입자가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29.52%)이다. 이어 인도네시아(22.31%), 나이지리아(7.17%), 베트남(5.60%)이 뒤따랐다. 한국 가입자 비중은 1.61%으로, 오버월렛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욱 주목받고 있는 셈이다.
김 대표는 오버월렛이 무료 채굴 앱과 유사하다는 지적에 “의도한 것”이라고 답했다. 시중에는 가상자산을 무료로 채굴하게 해준다며 사용자를 끌어모은 뒤 별다른 서비스를 내놓지 않는 앱이 무수히 많다. 김 대표는 이들과는 다르다고 선을 그으면서도 “커뮤니티 구축의 관점에서는 본받을 만한 지점이 있다”고 말했다. 방대한 커뮤니티가 구축돼야 이를 기반으로 서비스 사용성을 높일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8일 기준 오버 프로토콜의 유튜브 채널 구독자 수는 19만 3000여 명, 트위터 팔로워 수는 54만 8774명에 이른다.
피부과 시술권, 블록체인으로 거래…오버스페이스 나온다
슈퍼블록이 준비 중인 블록체인 기반 바우처 마켓플레이스 ‘오버스페이스’ 역시 대중이 타깃이다. 김 대표는 “거래가 어려웠던 피부과 시술권 등을 바우처 형태로 발행해 외국인에게 판매할 계획”이다. K-뷰티 관광 열풍에 올라타 사용성을 확장한다는 전략이다. 김 대표는 “상품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처음에는 협의된 곳만 바우처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며 “병원에서 시작해 숙박·식당 등으로 범위를 넓힐 계획”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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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되면 바우처 판매사는 서비스 제공 전에 목돈을 확보할 수 있다. 바우처를 산 사람은 할인된 가격에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일정에 변경이 생기면 타인에게 되팔 수도 있다. 블록체인을 기반으로 전에 없던 시장이 형성되는 셈이다. 김 대표는 “향후 토큰증권발행(STO) 규제가 확립되면 부동산·선박 프로젝트파이낸싱(PF) 등으로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드 경량화…"효율적이고 탈중앙화된 금융 인프라 구축 목표"
이 같은 슈퍼블록의 대중화 철학은 개발 중인 오버프로토콜에 깊숙이 깃들어 있다. 오버프로토콜은 누구나 손쉽게 풀노드를 운영할 수 있는 블록체인이다. 보통 블록체인에서 노드를 운영하려면 상당한 기술력과 비용이 필요하다. 이에 인퓨라나 알케미 등 노드를 전문적으로 운영하는 기업도 등장했다. 탈중앙화를 외치며 등장한 블록체인이지만 노드가 특정 업체에 중앙화돼 있는 경우가 다반사인 이유다.
김 대표는 “이더리움조차도 중앙화되고 있는 실정”이라면서 “노드가 탈중앙화돼야 블록체인의 보안성과 안정성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노드 수가 적으면 특정 노드가 멈췄을 때 블록체인 네트워크도 멈춰버리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중앙화된 노드 문제로 수 차례 네트워크가 중단됐던 솔라나가 대표적이다. 오버프로토콜은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자 노드 경량화를 도입했다. 데이터 용량을 줄여 개인용 컴퓨터로도 노드를 운영할 수 있도록 해 진정한 탈중앙화 블록체인을 구축하겠다는 것이다. ‘내 컴퓨터는 ATM(MY computer is ATM)’이라는 홍보 문구에는 이러한 비전이 함축적으로 담겨있다.
포부와 기술력을 인정받아 슈퍼블록은 지난해 2월 SK주식회사, 넷마블 주식회사, DSC인베스트먼트 등으로부터 90억 원 규모의 시리즈 A투자를 받았다. 슈퍼블록은 오는 4월 오버프로토콜 메인넷을 공식 출시할 계획이다.
김 대표는 중·장기적으로는 마이크로파이낸스 서비스 ‘오버플로우’를 출시하는 게 목표라고 전했다. 상대적으로 금융 포용성이 낮은 국가에서 오버프로토콜 기반으로 많은 사람이 실질적 효용을 체감하는 금융 서비스를 내놓겠다는 포부다. 김 대표는 “궁극적으로는 은행 등 중앙화된 기관 없어도 개인 컴퓨터에서 금융 서비스가 운영되는 효율적이고 탈중앙화된 금융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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