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난이나 약탈, 거래, 선물 등 다양한 이유로 우리 땅을 떠난 문화재(문화유산) 가운데 10개 중에 7개는 일본과 미국에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적·경제적 동맹인 이들 나라에 대한 외교적인 노력이 더욱 필요할 것으로 지적됐다.
12일 문화재청과 국외소재문화재재단에 따르면 올해 1월 1일 기준으로 각국에 흩어져 있는 우리 문화유산은 총 24만 6304점으로 추산된다. 세계 29개 국가의 박물관, 미술관 등 803곳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을 조사한 결과다.
국가별로 보면 도쿄국립박물관을 비롯해 일본 내 397개 기관 및 개인이 소장한 한국 문화유산이 10만 9801점으로, 전체의 44.6%에 달했다. 이어 미국 6만 5355점(26.5%), 독일 1만 5692점(6.4%), 중국 1만 3010점(5.3%), 영국 1만 2805점(5.2%), 프랑스 6511점(2.6%) 등이 뒤를 이었다. 일본과 미국 두 나라에 전체의 71.1%가 있는 셈이다.
문화재청과 재단은 유럽에 있는 문화유산 환수를 위한 거점을 마련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현재 재단은 일본과 미국 두 곳에서 해외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지난해에는 조선 후기 지리학자 김정호(1804∼1866년 추정)가 제작한 병풍식 지도첩인 ‘대동여지도’를 비롯해 총 1550점(1083건)이 국내로 돌아왔다.
각 문화유산이 한국 땅을 떠난 이유는 여러 가지로 추정된다. 과거 서구열강의 침탈, 일제강점기 등 역사적 혼란을 겪으며 불법적이거나 부당한 방법으로 유출된 사례가 많이 알려져 있으나 정상적 거래나 기증, 외교 선물 사례도 적지 않다. 당시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도자나 회화, 공예품을 여럿 수집한 사례도 있다.
국외 반출 기록이 정확하지 않거나 소장 정보가 온전히 공개되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하면 실제 나라 밖에 있는 한국 문화유산은 통계 수치보다 더 많을 것으로 추정된다. 재단 관계자는 “수집한 정보를 검토해 매년 1월 공개하고 있으나 정확한 숫자는 아니다”라며 “한국 문화유산 관련 정보와 실태를 조사하며 계속 파악 중”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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