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평가 업종으로 매수세가 몰리면서 보험사 주가가 크게 상승 중이다. 이른바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발표를 앞두고 대표적인 주가 저평가 업종인 손해보험과 생명보험 쪽으로 투자 자금이 쏠리고 있다.
오전 9시 16분 기준 흥국화재(000540)는 전 거래일 대비 1215원(29.89%) 오른 5280원에 거래 중이다. 저평가 인식에 매수세가 몰리면서 손해보험 업종 주가가 동반 상승하고 있다. 롯데손해보험(000400)(15.61%), 한화손해보험(000370)(10.75%), 코리안리(003690)(2.50%), DB손해보험(005830)(1.43%) 등 큰 폭 오르고 있다. 생명보험 업종인 미래에셋생명(085620)(4.58%), 동양생명(082640)(3.68%), 삼성생명(032830)(2.05%), 한화생명(088350)(1.10%)도 상승중이다.
보험사는 최근 몇 년간 증시에서 외면을 받았다. 내수 업종에 속한 데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신규 가입자 감소와 정부의 상생 금융 압박 등으로 장기적으로 성장성이 낮다는 평가를 받았기 때문이다.
최근 보험사 주가가 갑작스럽게 급등하고 있는 것은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발표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계획으로 오랜 기간 이어져 온 주식 저평가가 해소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면서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은 실적과 자산에 비해 주가가 낮은 기업을 추려 스스로 저평가되는 이유를 분석하고, 대응 전략을 마련해 시행하도록 하는 정책을 말한다.
금융위의 이번 발표는 앞서 저평가 기업을 대상으로 기업 가치 개선을 유도한 일본의 사례를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는 지난해 3월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배를 밑도는 상장 기업을 상대로 주가를 끌어올릴 수 있는 개선 방안을 마련하는 내용 등을 담은 증시 활성화 대책을 내놨다. PBR은 보유한 순자산에 대한 주가 수준을 측정하는 지표로, 수치가 낮을수록 저평가를 받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잃어버린 30년’을 거치며 장기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갔던 일본의 은행, 보험사 주가는 이 대책이 나온 이후 1년간 눈에 띄게 상승했다. 일본의 대표적인 보험사 중 한 곳인 다이이치생명의 경우 지난해 3월부터 지금껏 주가가 30% 넘게 올랐다. 국내 주식 시장에서도 정부 주도의 주식 활성화 대책에 따라 PBR이 낮은 기업이 크게 오를 것으로 예상하고, 대표적인 ‘저(低)PBR업종’에 속하는 보험사로 투자가 몰린 것이다.
현재 국내 보험사들은 PBR이 1배를 밑도는 곳이 많다. 생명보험사의 경우 삼성생명의 PBR이 0.64배, 한화생명은 0.4배에 불과하다. 규모가 상대적으로 작은 미래에셋생명과 동양생명의 PBR도 각각 0.7배, 0.43배 수준이다. 손해보험사는 생명보험사보다 성장성이 앞섰다는 평가를 받지만, 삼성화재가 1.21배, DB손해보험이 1.27배에 그치는 등 다른 업종에 비하면 PBR이 낮은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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