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5000선을 돌파하는 등 미국 증시가 역사적인 상승세를 기록하면서 국내에 상장된 미국 주식형 상장지수펀드(ETF)에도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증권 업계에서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 상승 둔화)’에 인공지능(AI) 열풍이 더해지면서 미국 증시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충분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공포·탐욕지수가 극단적 탐욕 수준까지 치솟아 추격 매수에 신중해야 한다는 견해도 적지 않다.
13일 금융 정보 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이달 국내에 상장된 미국 주식형 ETF 66개의 순자산이 총 7534억 원(8일 기준)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연휴 때문에 이달 국내 거래일이 6일에 그쳤던 점을 고려하면 매일 1200억 원 넘는 자금이 미국 주식형 ETF에 유입된 셈이다.
상품별로는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미국테크TOP10 INDXX ETF’에 이달 1264억 원의 자금이 들어왔다. 미국 대표지수인 나스닥, S&P500지수를 추종하는 ‘TIGER 미국나스닥100’ ‘TIGER 미국S&P500’의 순자산이 각각 1136억 원, 1131억 원 늘었다. 이 밖에 ‘TIGER 미국필라델피아반도체나스닥’이 874억 원, ‘ACE 미국S&P500’이 312억 원씩 순자산이 증가했다.
개인 역시 미국 관련 ETF를 적극적으로 사들이면서 증시 추가 상승에 적극적으로 베팅하는 양상이다. 지난주 개인투자자들은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S&P500 ETF’를 212억 원어치, ‘TIGER 미국나스닥100 ETF’와 ‘ACE 미국S&P500 ETF’도 각각 91억 원, 65억 원씩 각각 순매수했다.
특히 월배당형 상품을 개인이 집중 매수한 점도 눈에 띈다. 주가 상승 효과에 고배당 매력을 갖춰 미 증시 상승의 혜택을 극대화할 수 있는 점이 어필한 것으로 보인다. ‘TIGER 미국배당다우존스 ETF’의 경우 201억 원어치를 사들였고 기존 주식형에 콜옵션(특정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는 권리)을 매도해 배당 재원을 마련하는 커버드콜 전략을 섞은 ‘TIGER 미국배당+7%프리미엄다우존스 ETF’도 200억 원 가까이 매수했다.
업계는 물가 상승이 둔화되는 상황에서 AI발 반도체 랠리에 재차 시동이 걸리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역대급으로 오른 미 증시가 추가 상승할 여력이 있다는 것이다. 실제 글로벌 투자은행 오펜하이머는 12일(현지 시간) S&P지수가 올해 연말까지 5200선을 돌파할 가능성이 크다고 전망했다. 씨티그룹 역시 미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높은 수준이지만 국채 10년물 금리가 안정적인 수준인 점과 기업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해 증시 전망이 여전히 밝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미 증시의 빠른 상승으로 본격적인 되돌림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경계론에도 점차 힘이 실리고 있어 주의할 필요성이 있다는 지적이다. 미국 기업들의 지난해 4분기 실적이 예상보다 양호했다고 해도 현재 증시 급등세를 뒷받침할 만한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견해도 있다. 뉴욕 월가의 분석가인 데이비드 로젠버그는 최근 보고서를 통해 “현재 주식시장은 1999년과 금융위기가 왔던 2007년의 거대한 투기 거품이 떠오른다”며 “대형 기술주들이 시장 전체의 평가 가치보다 더 높은 수준에서 거래되고 이들의 주가가 오를수록 이후 하락 폭은 더 커질 것”이라며 “너무 많은 성장 가능성이 주가에 반영되는 것은 위험하다”고 꼬집었다.
실제 CNN이 주식시장의 과열 정도를 측정해 발표하는 ‘CNN 공포·탐욕지수’는 전날 기준 극단적 탐욕 수준인 78로 집계됐다. 이 지수는 극도의 공포, 공포, 중립, 탐욕, 극도의 탐욕 등 다섯 가지로 분류된다. 공포에서 탐욕으로 갈수록 증시가 과열되고 있다는 뜻이다. 55를 넘으면 탐욕, 75를 넘으면 가장 높은 단계인 극단적 탐욕으로 분류된다. 공포·탐욕지수는 지난달 말 탐욕 수준인 66에 머물렀지만 이달 증시 상승세와 맞물려 78까지 순식간에 솟구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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