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건설 채권단이 4000억 원 규모의 신규 자금 지원을 검토하고 있다. 협력 업체 대금 지급 등에 필요한 운영자금을 지원해 자금난을 겪고 있는 태영건설의 숨통을 틔워주겠다는 취지로 풀이된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KDB산업은행과 5대 금융지주 등 태영건설 주요 채권단은 태영건설에 4000억 원 규모의 한도 대출을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태영건설에 일종의 마이너스 통장을 열어주는 것이다. 주채권은행인 산업은행은 지난달 11일 태영건설 제1차 금융채권자 협의회를 연 데 이어 이달 23일 2차 협의회를 소집해 해당 안건을 논의할 예정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블루원 등 계열사 매각이 이뤄지기 전까지 일종의 브리지론처럼 지원하는 것”이라며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현장에서 하도급 업체 공사 대금을 지급하는 등 운영자금으로 쓰이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구체적으로 산업은행이 4000억 원을 단독으로 지원하고 나머지 5대 은행이 손실 부담 확약을 하는 방식이 유력하다. 나중에 손실이 날 경우 각 은행이 해당 금액만큼 책임지도록 지급보증을 받는 개념으로, 계열사 매각이 완료된 후에 상환하는 방식으로 전개될 예정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기존에 신규 자금 투입에 선을 그었던 채권단이 이제 와서 운영자금 지원이라는 명목으로 입장을 바꿨다”며 “이는 결국 태영건설을 살리겠다는 것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한편 태영건설 PF 사업장 60곳 정리는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당초 채권단은 10일까지 각 대주단에 사업장별 PF 처리 방안을 제출하라고 했지만 단 한 곳도 제출한 곳이 없어 이달 25일까지 제출 시한이 연장됐다.
앞서 지난달 11일 열린 제1차 채권단 협의회에서 태영건설은 채권단 96.1%의 동의를 받아 워크아웃(기업 개선 작업) 개시가 확정됐다. 이에 따라 채권단은 올 4월 11일까지 태영건설의 모든 금융채권에 대해 상환을 유예(주채권은행이 연장이 필요하다고 판단하는 경우 1개월 연장 가능)하고 외부 전문 기관을 선정해 태영건설에 대한 자산 부채 실사 및 계속기업으로서의 존속 능력을 평가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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