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스타트업은 지난해부터 자금 조달에 난항을 겪고 있다. 고금리에 직면한 벤처캐피털이 투자를 꺼리는 데다 코로나19 엔데믹 추세로 비대면 거래 플랫폼의 성장세가 주춤해진 탓이다.
14일 스타트업 지원 기관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이 지난해 유치한 투자액은 총 5조 3388억 원으로 2022년(11조 1404억 원)에 비해 약 52% 감소한 것으로 추산됐다. 총 투자 건수는 같은 기간 1765건에서 1284건으로 27.3% 줄었다.
이러한 추세는 대규모 투자가 줄어든 영향이 크다. 지난해 전체 투자 중 10억 원 미만인 사례가 817건으로 63%를 차지했다. 1000억 원 이상 대형 투자가 자취를 감춘 탓에 지난해 유니콘(기업가치 1조 원 이상 비상장 기업)에 새로 등극한 스타트업은 크림·에이피알·아크미디어 등 3곳에 불과한 것으로 추정된다. 2021년과 2022년 국내 신규 유니콘 기업은 각각 7개였다.
벤처캐피털 업계는 고금리 추세가 이어지면서 스타트업 투자에 미온적인 상황이다. 금리가 높을수록 기업에 매기는 밸류에이션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저금리 때만큼의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없다는 얘기다. 한 벤처캐피털의 심사역은 “경기 침체로 투자를 미룬 탓에 대기 자금이 상당하다”면서도 “금리 인하 등 추세가 반전돼야 투자가 본격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코로나19 이후 주목 받았던 플랫폼 업계의 성장세가 더뎌진 것도 스타트업 투자 부진에 한몫했다는 분석이다. 이는 지난해 엔데믹에 접어들면서 온라인 거래가 주춤한 데 따른 결과로 풀이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음식 서비스 거래액은 26조 4326억 원으로 전년(26조 5940억 원) 대비 0.6% 줄었다. 2017년 배달 음식 관련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후 처음으로 거래액이 감소한 것이다.
그나마 올해에는 인공지능(AI) 또는 바이오 스타트업에는 투자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AI 반도체 스타트업 리벨리온은 1650억 원 규모의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지난달 말 발표했다. 누적 투자 유치액이 2800억 원으로 국내 반도체 스타트업 중 최대 규모를 달성했다. 스타트업의 한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원천 기술을 보유하지 않은 스타트업은 투자를 받기 더욱 힘들어질 것”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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