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들이 금융당국을 상대로 홍콩H지수(항셍중국기업지수) 흐름과 연동된 주가연계증권(ELS) 대규모 손실 사태의 책임을 묻겠다며 15일 감사원에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에 대한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금융정의연대·참여연대·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민생경제위원회는 피해자 30여명과 함께 이날 서울 종로구 감사원 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내용을 밝혔다.
시민단체 회원들은 금융위가 2019년 11월 고난도·고위험 금융 상품 신탁 판매를 일부 허용하는 과정에서 관계 법령을 위반했는지 조사하라고 촉구했다. 금감원에 대해서도 상시 감시·현장점검 등 은행 감독 의무를 제대로 수행했는지 감사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금융당국이 대규모 피해를 예상할 수 있었는데도 신속히 조처하지 않아 피해 규모를 키웠다"며 "정부가 시행한 고위험·고난도 금융상품에 대한 투자자 보호 강화 조치가 실효성이 있었는지 의문"이라고 주장했다.
길성주 홍콩지수ELS 피해자모임 위원장은 "안전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은행에서 판매하는 상품이기에 그 위험성에 대해 인지하지 못하고 상품을 매수했다"며 "우리에게 상품을 판매했던 은행의 불법과 무지, 불순한 의도에 대해 커지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고 말했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이 판매한 H지수 기초 ELS 상품은 지난 7일까지 만기가 돌아온 총 9733억 원 어치 중 고객이 돌려받은 상환액이 4512억 원에 그쳐 평균 손실률이 53.6%에 달한다.
ELS는 개별 주식이나 주가 지수와 연계돼 이익이나 손실이 결정되는 파생상품으로 투자자의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고위험 금융 상품이다. 홍콩증시에 상장된 중국 기업 50개 종목을 추려 산출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삼고 있는 H지수 기초 ELS는 통상 3년 만기가 지난 시점에서 가입 당시보다 H지수가 70% 이하로 떨어질 경우 손실을 보는 구조다. 3년 전인 2021년 1~2월 당시 1만 1000~1만2000선에 달했던 H지수는 최근 5200~5300대로 주저 앉아 해당 상품 가입자들의 손실로 이어지고 있다. H지수 ELS 상품 만기 규모는 상반기에만 10조 2000억원, 올해 전체로는 15조 4000억 원에 달한다. H지수가 큰 폭으로 반등하지 못하고 현재 흐름을 유지할 경우 전체 손실액은 7조 원 안팎까지 불어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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