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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타 필요 없었는데…"공사비 상승에 예타 받아야 할 판"

환경부 녹색융합 클러스터

400억대 예산이 500억대로 껑충

재조사 요청에 사업 지연 불가피

지역 경제·일자리에도 악영향

지난달 2일 공사비 미지급으로 공사가 중단된 서울 은평구 대조동 대조1구역 주택재개발 현장 모습. 연합뉴스.




건설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정부의 중소 규모 사업도 직격탄을 맞았다. 평상시였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을 필요가 없었던 사업장들의 예산 규모가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예타 조사를 받아야 하는 규모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다. 재조사나 예타 조사를 통해 사업 지속 여부를 결정하게 되면 최소 1년 이상의 사업 지연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16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획재정부는 최근 환경부가 추진하고 있는 ‘포스트(post)-플라스틱 자원순환 클러스터’ 조성 사업의 타당성을 재검토하라고 요청했다. 전액 국비로 꾸려진 이 클러스터 총사업비는 463억 원으로 예비타당성 조사가 불필요한 사업이었는데 환경부가 총사업비의 23%에 달하는 105억 원을 더 달라고 요청했기 때문이다. 예타 조사는 총사업비가 500억 원 이상이고 그중 국비가 300억 원을 넘을 때 수반된다.



환경부, ‘울며 겨자먹기’로 예산 늘린 이유는
타당성 재조사는 예타 조사를 받지 않았던 사업이 예타 대상이 되는 등 특수한 경우에 이뤄진다. 하지만 실제 재조사가 이뤄진 경우는 드물었다. 재조사에 1년 이상의 시간이 걸려 완공 지연 등 각종 문제를 양산하고 있어 각 부처에서 이를 회피해왔기 때문이다.
환경부 역시 당초 자원순환 클러스터와 관련된 재조사를 최대한 피하려고 했다. 하지만 건설 원자재 비용 급등으로 사업비가 100억 원 이상 증가했기 때문에 재조사를 회피할 방안이 마땅치 않았다. 건설공사비는 글로벌 인플레이션과 더불어 중동 지역 정세 불안 등으로 지속해서 상승하는 상황이다. 지난해 말 건설공사비지수는 전년보다 7.0%, 3년 전인 2020년 말보다 25.8% 급증한 153.26으로 기준 시점인 2015년 이래 역대 최고치(연말 기준)를 기록했다. 이에 환경부가 요청한 증액분 105억 원 중 건설비 상승으로 인해 추가된 비용은 감리비·시설부대비 등을 포함해 약 57억 원(54.3%)에 달했다.


예타 필요 없던 他사업도 줄줄이 영향



문제는 공사비 상승으로 인해 지연되는 사업이 플라스틱 클러스터 조성 사업에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예타조사를 받지 않고 진행할 수 있도록 사업비를 500억 원 밑으로 책정했던 사업들이 예외없이 ‘공사비 상승’이라는 난관을 맞은 것이다. 환경부가 올해 업무보고에 담은 ‘2028년까지 10개 녹색융합 클러스터 조성 계획’ 중 이미 조성된 2곳을 제외한 8곳(플라스틱 클러스터 포함)이 모두 같은 문제에 직면했다.

일례로 포항에서 이미 착공한 전기차 폐배터리 클러스터의 경우 예산 규모는 498억 원으로 예산 500억 원 이하에 겨우 맞춰놓은 프로젝트다. 전년 말 대비 2023년 말 건설공사비지수 상승률(3.16%)이 반영된다고 단순 계산해도 사업비는 500억 원을 넘기게 된다. 환경부 관계자는 “예타 면제를 위해 각 클러스터 사업비는 500억 원을 넘지 않는 400억 원대로 비슷하게 책정하고 있었는데 물가가 너무 올라 사업비가 500억 원을 넘지 않을 수 있을지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무더기로 사업 지연될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올해 환경부는 경북 구미의 폐반도체와 충남 보령의 바이오에너지, 전남 해남의 태양광 폐패널 클러스터 등의 조성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 총사업비 규모를 산출해야 하는데 건설 물가가 치솟은 상황에서 ‘총사업비 500억 원 미만 전략’을 유지하기 어려워진 형편이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부 클러스터 사업은 총사업비가 처음부터 500억 원을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고 밝혔다.

중소 규모 사업이 지연되며 지역 경제에도 악영향이 우려된다. 환경부는 10개의 녹색융합 클러스터를 조성해 조성 지역의 성장 동력을 확보하고 클러스터별 맞춤형 인력 공급과 청년 채용을 지원하는 등 지역 활성화를 도모하려 했다. 하지만 이들 사업이 상당수 지연되며 지역 인재채용 등의 일정도 미뤄질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게 됐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지역 일자리와 경제 등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으리라고 우려된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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