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픈AI와 구글의 초거대 인공지능(AI) 기술력 경쟁이 불붙고 있다. 오픈AI가 챗GPT에 기억 기능을 추가한 지 이틀 만에 구글이 총 100만 개의 토큰(AI 연산단위)을 처리할 수 있는 ‘제미나이 1.5 프로’를 공개했고, 이에 오픈AI는 문장을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AI ‘소라’를 선보이며 맞불을 놓았다. 빅테크간 경쟁 격화에 AI 기술력이 더욱 빠르게 고도화되는 양상이다.
15일(현지 시간) 구글은 제미나이 1.5 프로를 공개했다. 구글 초거대 AI 제미나이는 규모에 따라 나노, 프로, 울트라 3종류로 구분된다. 지난 8일 최상위 모델 ‘울트라 1.0’을 공개한 지 일주일 만에 프로의 업데이트 버전을 공개한 것이다.
제미나이 1.5 프로는 한 번에 최대 100만 개의 토큰을 처리할 수 있다. 기존 제미나이 1.0 프로의 3만2000개, 오픈AI GPT-4 터보의 12만8000개를 뛰어넘는 현존 최대 수치다. 구글은 “제미나이 1.5 프로는 약 1시간 분량의 동영상, 11시간 분량의 음성 파일, 3만 줄 이상의 코드, 70만 단어 이상의 텍스트를 한 번에 처리할 수 있다”며 “각 신경망에서 전문 영역의 경로만을 추적해 선택적으로 사용하는 MoE(Mixture-of-Experts)를 적용해 학습과 작업 속도도 빨라졌다”고 설명했다.
구글은 제미나이 1.5 프로 성능이 전 버전인 1.0 프로보다 87% 높다고 밝혔다. 구글은 “연산 능력 확대로 100만 토큰에 이르는 방대한 정보 내에서도 특정 정보를 99%에 이르는 정확도로 찾아낼 수 있다”며 “중형 모델이지만 제미나이 울트라와 비슷한 수준의 AI”라고 강조했다. 제미나이 1.5 프로는 일부 개발자와 기업 가입자에게 우선 서비스된다. 정식 버전에서는 기본 12만8000개 토큰이 제공된다. 구매 옵션으로 토큰을 늘릴 수 있는 방식이다.
구글의 새 AI 출시 소식에 오픈AI도 곧장 반격에 나섰다. 오픈AI는 이날 문장을 최대 1분 길이 동영상으로 만들어주는 멀티모달 AI ‘소라(Sora)’를 소개했다. 이틀 전 챗GPT에 기억력을 추가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연이은 신기능 공개다.
소라는 여러 캐릭터와 특정한 동작, 복잡한 장면 등을 이해하고 생생한 영상을 만들어준다. 기존에도 문장이나 사진을 영상으로 만들어주는 AI 모델은 있었다. 오픈AI는 소라가 기존 모델보다 명령어의 ‘맥락’을 더욱 깊이 파악할 수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오픈AI는 “단순히 프롬프트에서 요구한 것을 넘어, 지시한 내용이 물리적인 세계에서 실제 어떻게 존재하는지 이해해 생생한 감정을 표현하는 매력적인 캐릭터와 세상을 생성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소라 역시 당장은 제한된 수의 창작자에게만 허용된다. 실제 출시에 앞서 안전성 여부를 평가하기 위함이다.
오픈AI와 구글의 경쟁은 AI를 넘어 검색 분야로까지 확장되고 있다. 이날 IT 전문지 디인포메이션은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MS) 검색엔진 빙 기반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구글 텃밭인 검색 분야를 넘보겠다는 전략이다. 오픈AI의 소라 출시와 검색 시장 도전 소식에 이날 구글 모회사 알파벳 주가는 2.17% 하락했다. 시장은 제미나이 1.5 프로 공개에도 오픈AI의 도전이 더욱 위협적이라는 판단을 내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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