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자녀 가구의 기준이 기존 3명 이상에서 2명 이상으로 확대되면서 그간 ‘다둥이 가정’에 돌아가던 문화체육시설 할인 혜택이 대폭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할인율 조정으로 세 자녀 이상 가구의 시설 이용자들이 불만을 토로하는 가운데 할인 대상이 확대된 공공시설들은 수익 감소로 고민이 깊어지고 있고 일부는 시설을 폐쇄하는 곳도 발생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상황이 각각 다른 만큼 정부 차원에서 일원화된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16일 각 지자체 등에 따르면 서울시가 다자녀 혜택 관련 조례를 제·개정하면서 각 자치구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는 체육시설들도 다자녀 기준 하향에 맞춰 할인 혜택 범위를 확대했다. 이에 따라 할인율 변동 폭이 자치구별로 많게는 20% 차이가 발생한 곳도 나왔다.
지자체가 운영하는 체육시설 이외의 상황도 비슷했다. 국민체육진흥공단(KSPO)이 운영하는 올림픽스포츠센터도 당초 세 자녀 이상 가구에 50%의 할인 혜택을 주던 것을 두 자녀 이상 가구 30% 할인으로 할인율을 낮췄다.
이에 KSPO 올림픽스포츠센터 게시판에는 세 자녀 할인 혜택 축소에 대한 불만 민원이 다수 올라왔다. 공단 측은 “이번 할인 제도 개선 시 세 자녀 할인 50%를 30%로 축소한 점은 정부 정책에 부응하고자 두 자녀 할인 혜택을 추가함에 따라 보다 많은 다자녀 부모님들의 혜택을 위한 조치임을 양해 부탁한다”고 답변했다.
문제는 체육시설을 운영하는 공단을 비롯한 운영 주체들이 확대된 할인 혜택 수혜 범위만큼 수익이 감소해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발생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부산광역시체육회 부산국민체육센터에서 운영하는 ‘꿈나무체능단’의 경우 지난해 정부의 다자녀 기준 하향 시책에 따른 수익 감소가 예상돼 이달부터 운영 중단을 결정하기도 했다.
부산국민체육센터 관계자는 “독립채산제로 운영되는 탓에 우리가 벌어서 시설을 운영하고 있는 상태”라며 “코로나19 이후 수익이 나빠졌는데 프로그램 참가 비용은 오르지 않고 다자녀 할인 범위마저 커져 도저히 운영하지 못할 것으로 판단했다”고 토로했다. 다만 부산시가 지난해 말 독립채산제 체육시설에 대해 재정을 투입해 손실을 보전해주기로 하면서 꿈나무체능단도 간신히 운영을 이어갈 수 있게 됐다.
KSPO 올림픽스포츠센터도 자체 수익으로 기금을 조성하고 이를 이용해 또 다른 사업 및 운영 비용을 충당하는 방식으로 운영되는 탓에 할인 혜택 수혜 범위를 늘리면서 할인율도 덩달아 낮출 수밖에 없는 입장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2022년 기준 전국에 미성년자인 자녀 3명이 있는 가구는 41만 7125가구였던 반면 2명인 가구는 224만 5478가구로 집계됐다. 각종 공공시설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가구가 물리적으로 440% 가까이 증가한 셈이다.
청소년 체육 프로그램 운영 중단 위기를 맞았던 부산시는 다자녀 기준을 3명에서 2명으로 낮추는 조례 시행으로 공공시설 요금 감면 등의 혜택을 받는 가구가 기존 2만 5000여 가구에서 15만 7000여 가구로 늘어났다고 집계하기도 했다.
지자체마다 서로 다른 다자녀 기준도 문제점으로 꼽힌다. 서울시는 지난해 각종 조례에 포함된 다자녀의 기준을 3자녀에서 2자녀로 바꾸고 다둥이행복카드 발급 기준도 막내의 나이를 만 13세에서 만 18세로 확대했다. 하지만 서울시 25개 자치구 각각의 다자녀 할인 혜택 기준은 상이했다. 관련 조례 제정을 앞두고 있는 강서구와 용산구의 경우 현재 2자녀 이상의 다둥이행복카드 소지자에게 공영주차장 주차료를 50% 감면해주고 있다. 하지만 체육시설의 경우 자녀가 3명 이상일 때만 30% 할인을 적용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정 여유가 없는 자치구도 있다 보니 지역별로 차이가 있다”며 “시에서도 꾸준히 권고를 하고 있어 다자녀 할인 혜택 기준이 다른 자치구가 몇 군데 남지 않았고 바뀌는 과정에 있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다자녀 기준 완화 취지를 이어가기 위해 정부가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아동수당, 다자녀 혜택 등 출산 자녀 지원 혜택의 기준을 일원화하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예산이 커지면 하루 이용료 등 기준을 맞출 필요는 있지만 자녀 수에 따라 차등적으로 혜택을 주는 식으로 기조를 통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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