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조기 금리 인하 기대감이 한풀 꺾였음에도 코스피가 지난 한 주 동안 소폭 상승했다. 외국인이 1조 6000억 원가량의 자금을 쏟아 부으며 올해 총 순매수 규모를 9조 5000억 원까지 불렸다. 주요 증권사들은 어닝시즌이 마무리되면서 모멘텀 공백기에 접어들었다고 진단하면서 엔비디아의 분기 실적 발표가 증시의 향방을 정할 것으로 전망했다.
1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달 16일 코스피 지수는 일주일 전인 8일 2620.32보다 28.44포인트(1.09%) 오른 2648.76에 거래를 마쳤다. 이번주 첫 거래일인 13일 2650선까지 올랐던 코스피는 미국의 소비자물가지수(CPI) 쇼크에 이틀 연속 하락하면서 2600선이 위협받았으나 마지막 거래일에 1.34% 반등에 성공했다. 같은 기간 코스닥은 31.02포인트(3.75%) 오른 857.60에 이번주 거래를 마쳤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외국인이 4거래일 동안 1조 6244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지수 상승을 주도했다. 기관 역시 1688억 원을 순매수하면서 힘을 보탰다. 반면 개인투자자들은 1조 7952억 원어치를 팔면서 적극적으로 차익 실현에 나섰다.
코스닥에서는 개인 투자자들이 적극적으로 매수세를 나타냈다. 코스피에서 1조 8000억 원에 가까운 순매도를 보인 개인은 코스닥을 4020억 원 사들였다. 반면 기관과 외국인투자가는 각각 2360억 원, 1010억 원을 순매도했다.
미국의 물가지표가 시장의 예상보다 높게 나오면서 인플레이션 공포가 다시 드리우는 듯 했으나 외국인의 매수세가 꾸준히 유입되면서 증시 상승을 이끌었다는 평가다. 외국인은 이달 들어 코스피에서만 6조 716억 원의 순매수세를 기록 중이다. 기간을 올해로 넓혀보면 순매수 규모는 9조 5544억 원까지 커진다.
외국인투자가들은 저PBR(주가순자산비율) 관련주와 반도체주를 적극적으로 사들였다. 외국인이 지난 한 주 간 가장 많이 사들인 종목은 현대차(005380)를 총 3016억 원어치를 순매수했다. 이 밖에 SK하이닉스(000660)(2755억 원), 삼성물산(028260)(1898억 원), 카카오(035720)(750억 원), KT(030200)(400억 원) 등에서 매수세를 나타냈다. 이 중 SK하이닉스는 외국인 매수세에 힘입어 사상 최고가인 15만 500원을 뛰어넘어 15만 270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투자 전문가들은 다음주 증시에 영향을 줄 요인으로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와 1월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의사록 공개를 꼽았다. 우선 엔비디아는 21일(현지시간) 분기 실적을 발표할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엔비디아의 실적이 AI 반도체 성장의 풍향계로 작용해온 만큼 실적의 정도에 따라 국내외 반도체 주가의 향방이 판가름 날 것으로 관측한다. 최근 엔비디아는 영국 반도체 설계 업체인 ARM이 호실적을 기록하면서 실적 기대감이 높아져 미국 시가총액 3위에 오르는 등 주가가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005940)은 다음주 코스피가 2540~2660포인트 안에서 움직일 것으로 내다봤다. AI 성장 기대감 및 견조한 미국 경제,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에 대한 기대감 등을 상승 요인으로 꼽았다. 반면 하락 요인으로는 미국의 조기 금리인하 후퇴, 시가총액 상위권 종목들의 실적발표 마무리로 인한 공백 등을 제시했다.
김영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4분기 어닝시즌이 마무리 국면에 가까워지면서 기업 실적이 주식시장에 뚜렷한 모멘텀을 주지 못하는 공백기에 들어설 것으로 판단한다”며 “단기적으로는 엔비디아의 실적 발표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이 공백기의 모멘텀이 될 수 있을 것이며 이들 이슈에 영향을 받는 주식들을 중심으로 선별적 대응 전략이 유효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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