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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란도 알리에서 산다"…알리익스프레스 신선식품 시장 진출

그로서리 전문가 영입에 사활

'록인효과'로 지배력 강화 목표

콜드체인 시스템 대규모 투자

중국산 '소비자 불신'은 넘어야

국내셀러와 협업판매 방식 될듯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과일·채소 등 신선식품 사업까지 진출하기 위해 준비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진열된 과일을 소비자가 고르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온라인 쇼핑 플랫폼 알리익스프레스가 장기인 초저가 공산품을 넘어 신선식품 사업 진출을 준비 중이다. 온라인 그로서리 전문가 영입을 통해 한국 시장을 본격 공략하는 것인데 시장 규모가 크고 반복 구매가 잦은 신선식품을 통해 침투력을 확대해야 한다고 판단한 것으로 분석된다.

16일 알리익스프레스 모기업 알리바바그룹에 따르면 알리는 현재 서울 근무 조건으로 신선식품 카테고리를 관리하는 전문가를 채용하고 있다. 채용 조건은 온라인 그로서리나 리테일 분야의 신선식품 상품기획자(MD)로서 8년 이상 근무한 전문가로 △한국 시장 분석 △소비자 동향 파악 △한국 내 신선식품 벤더 및 공급자·셀러 등 파트너 물색 △파트너십 구축 등의 업무를 담당하게 된다.

알리가 신선식품 시장까지 진출할 경우 국내 유통시장에 대한 장악력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된다. 신선식품 시장은 거액의 투자금 대비 수익성은 높지 않지만 소비자들의 반복적인 구매가 따라오기 때문에 고객 확보 측면에서 온라인 유통시장 점유율을 올리기 위해서는 필수로 여겨진다. 특히 한국 e커머스의 최강자인 쿠팡이 로켓그로스 등을 무기로 컬리·G마켓 등과 치열한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중국 거대 자본을 등에 업은 알리까지 참전하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에서 한 차례 대격변이 일어날 것으로 보인다.

알리는 특히 올해를 ‘한국 현지화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 아래 신선식품 외 다른 분야에서도 전문가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알리바바에 따르면 알리는 현재 패션·뷰티를 포함해 다양한 영역에서 한국 주재 인력 채용에 나섰다. 공산품에 이어 식품·의류·화장품까지 국내 e커머스 시장을 전방위로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이 외에도 알리는 지식재산권 등 각종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법무팀과 인사팀, 홍보를 위한 소셜마케팅 담당자 등에 대한 채용도 진행 중이다. 알리 관계자는 “적극적으로 로컬 인재들을 확보하려 하고 있다”며 “올해 알리의 최대 목표는 ‘현지화’”라고 설명했다.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국내 e커머스 시장을 휩쓸고 있는 알리익스프레스가 그로서리 시장에 진출하는 것은 미국 아마존이나 한국의 쿠팡 모델을 따라가는 행보다. 신선식품은 거액의 투자가 필요하지만 일정 수준에 이르면 소비자들이 우유·계란·과일 등 신선식품 구입을 위해 반복적으로 방문하면서 다른 공산품까지 함께 구매하는 ‘록인’ 효과를 낳기 때문에 규모의 경제 달성에 유리하다. 자본력을 갖춘 알리 입장에서는 한국 그로서리 시장 투자에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이미 알리의 모기업 알리바바는 중국에서 운영 중인 타오바오를 통해 현지에서 그로서리 사업을 진행하며 관련 노하우를 축적해 놓은 상태다. 특히 알리바바는 현지 오프라인 소매 업체인 허마를 인수해 허마 매장을 기반으로 음식료품을 총알 배송하는 등 ‘중국판 컬리’로 육성했다. 또 현지 마트 선아트리테일을 인수해 상품을 직접 매입·배송하는 방식으로 신선식품 품질을 끌어올리기도 했다. 업계에서는 알리가 한국에서 이와 유사한 방식으로 사업을 전개할 가능성도 있다고 보고 있다.



알리가 국내에서도 온라인 그로서리까지 사업 영역을 확대하려는 것은 신선식품 시장이 갖는 모객 매력 때문이다. 그로서리는 상품 특성상 장기간 보관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반복적으로 구매할 수밖에 없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일정 규모 이상의 신선식품 고객을 확보하면 수익성이 높은 다른 상품으로 매출을 확대하기가 용이하다. 또 그로서리는 소비 행태가 습관으로 자리 잡으면 구매를 하지 않을 수 없는 필수재이기 때문에 중장기적으로 충성 고객을 확보할 수도 있다. 미국의 유통 강자 아마존이 2017년 유기농 식품으로 유명한 ‘홀푸드마켓’을 인수해 온라인·오프라인 사업을 겸하게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국내 e커머스 업체들도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e커머스 최강자로 꼽히는 쿠팡이 국내 중소 판매 업체들과 협업해 무료 익일배송 서비스를 제공하는 ‘로켓그로스’를 통해 최근 시장 지배력을 높이고 있다.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에서는 컬리·G마켓 등 기존 강자들이 있지만 쿠팡의 경우 국내 e커머스 업체들 중 최대 규모 투자를 통해 저렴한 가격을 앞세워 시장에 침투하고 있다. 여기에 오프라인 강자인 롯데쇼핑도 지난해 부산에 신선식품 위주의 풀필먼트센터(CFC)를 건립하는 등 온라인 그로서리 시장을 둘러싼 경쟁은 더욱 치열해지는 상황이다.



실제로 국내 온라인 신선식품 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16일 통계청에 따르면 온라인 쇼핑을 통한 식품 거래액은 지난해 40조 6812억 원으로 사상 처음으로 연간 40조 원을 넘어섰다. 과거에는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오프라인에서 식품을 구매하는 경향이 컸지만 팬데믹 이후 e커머스 업체들이 익일배송·새벽배송 등에 나서며 판도를 바꾼 결과다. 코로나19 전인 2019년 17조 원이던 온라인 식품 거래액은 팬데믹 기간 매년 약 5조 원씩 성장했다.

다만 알리익스프레스의 경우 신선식품 시장에 본격 진출하기 위해 넘어야 할 산이 많다. 기본적으로 그로서리 시장은 알리가 현재 강점을 갖고 있는 공산품보다 배송에 어려움이 있다. 무엇보다 식품을 신선하게 배송하기 위해 물류 창고부터 시작해 배송 시스템 전반에 콜드체인을 갖춰야 하는데 초기 막대한 비용이 들 것으로 예상된다. 더구나 알리의 경우 현재 한국에 물류 창고도 갖추지 못한 상황이기 때문에 식품 운송 시스템을 어떻게 구축할지에 관심이 모아진다. 시장에서는 알리가 직접 물류 창고를 짓는 것도 가능하지만 현재 상품 배송을 위탁하고 있는 CJ대한통운과 협업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또 다른 장벽은 중국산 식품에 대한 국내 소비자들의 불신이다. 현재 알리가 강점을 갖고 있는 공산품의 경우 건강에 직접적인 관련은 없고 기존에도 ‘메이드 인 차이나’ 상품들이 많아 거부감이 없지만 식품은 상황이 전혀 다르다. 몸에 들어가는 음식인 만큼 한국 소비자 입장에서 중국산이 아니라고 해도 중국 업체가 유통하는 상품의 구매를 꺼릴 수 있다. 그로서리 전문가 채용 조건에 한국 신선식품 셀러들과 파트너십을 구축한다는 내용이 들어가 있어 당장은 중국산이 아닌 중개자로서 한국 식품을 알리익스프레스 한국 법인이 판매하는 방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 한국 셀러 전문관인 ‘K-Venue’에 다양한 공산품 업체들이 입점한 것처럼 한국 식품 회사나 신선식품 공급 업체가 입점해 자사 제품을 판매하는 게 시작점이 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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