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은 2019년부터 스타일테크 산업 육성을 위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유망한 스타일테크 기업을 발굴하고, 기존 업체들과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기 위해서다. 지난해에는 총 22개의 회사가 이 사업에 선정돼 △액셀러레이팅 프로그램 △전문 디자이너 지원 △공유 오피스 입주 △투자 유치를 위한 국내외 데모데이 참여 등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이를 기반으로 패션, 뷰티, 리빙 등 스타일 분야에 인공지능(AI), 사물인터넷(IoT), 블록체인, 신소재 등 4차 산업혁명 신기술을 융합해 ‘스타일테크’라는 생소한 분야를 이끌고 있는 유망 기업을 소개한다.
“광고에 나오는 모델의 얼굴·의상·포즈·배경 등에 따라 고객들의 관심도가 달라집니다. 데이터를 기반으로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 수 있는 효과적인 콘텐츠 추천이 필요한 이유입니다.”
정훈진(사진) 플립션코리아 대표는 17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뉴욕에 사는 백인, 캘리포니아에 사는 아시안 등 다양한 사람들에게 가장 효율적으로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해답을 찾는 게 플립션코리아의 목표”라며 이같이 말했다.
플립션코리아는 2022년 설립된 인공지능(AI) 스타트업이다. 가상 얼굴 생성 및 합성 기술을 활용해 모델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패션 브랜드에 AI 모델을 제공한다. 브랜드가 주요 고객층 및 판매하는 상품에 대한 정보를 입력한 뒤 원하는 모델 스타일을 정하면 AI가 가상 얼굴을 추천하는 방식이다. 여기에 브랜드가 원하는 모델 얼굴을 AI 기술을 통해 구현하거나 이용자들의 사용 트렌드를 분석해 적합한 모델의 얼굴을 추천하기도 한다. 특히 가상 얼굴을 기존에 촬영한 콘텐츠에 합성할 수 있어 패션 브랜드 사이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이러한 혁신 기술을 바탕으로 모델 선정, 촬영 등 패션 브랜드가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할 때 들이는 시간적, 경제적 비용을 최소화했다.
정 대표가 처음부터 패션 분야를 목표로 창업에 도전한 건 아니다. 대학에서 얼굴 합성 분야를 연구하던 그가 스타일테크 스타트업을 설립하게 된 것은 기술 사업화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참가한 교내 기술 창업 경진대회 때문이다. 프로그램에 참여하면서 시장과 고객들로부터 기술의 필요성에 대해 검증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구체적인 사업 방향을 설정했다고 정 대표는 전했다.
이 대회에서 1위를 차지한 플립션코리아는 2022년 실리콘밸리 기반 투자사 프라이머사제파트너스로부터 50만 달러 규모의 시드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정 대표는 “창업 후 1년 반 동안 다양한 분야에 얼굴 합성 기술을 적용하면서 어느 분야에서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며 “패션 업계에서 모델 구인 문제 해결을 위해 기술을 쓰고 싶다는 요청이 많아 2022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진출했다”고 말했다.
야심차게 패션 분야에 진출한 것과 달리 정 대표를 비롯한 플립션코리아의 모든 팀원이 리서치·엔지니어 분야에 특화돼 있었기 때문에 시장에 대한 이해도가 낮다는 문제가 있었다. 이러한 부분을 해결하기 위해 정 대표는 지난해 산업통상자원부와 한국디자인진흥원이 진행한 ‘스타일테크 유망기업 성장지원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그는 “패션 회사 뿐만 아니라 패션 관련 AI 스타트업과 활발하게 교류 하면서 시장과 소비자에 대한 식견을 넓히고 싶었다”며 “시장 검증을 위한 비용도 지원 받을 수 있어 바로 참여를 결정했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동안 패션 관련 대기업과의 협업부터 투자사 미팅까지 다양한 지원을 받았다. 그는 “동종 업계의 사람을 만나 교류하고, 제품 제작부터 기술 적용까지 사업을 발전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며 “동시에 패션 시장에 대한 이해도도 높일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플립션코리의 궁극적인 목표는 매출·클릭 수 등 마케팅 지표를 높일 수 있는 방법을 AI 기술을 활용해 제공하는 것이다. 정 대표는 “브랜드의 상품을 어느 고객층에게 판매하고, 어떤 모델을 활용해서 콘텐츠를 제작해야 하는지 마케팅과 관련된 다양한 요소를 AI를 기반으로 추천하고 싶다”며 “브랜드 마케터들의 빠른 의사결정을 돕는 플랫폼으로 성장할 것”이란 포부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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