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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장비 기술 中에 또 유출…상향된 기술침해범죄 양형기준 다음달 최종 의결 [서초동 야단법석]

반도체 기술 유출 일당 또 적발

앞으로 최대 징역 18년 선고 가능

16일 대법원 양형위 공청회 열려

"유출 피해 요소 폭넓게 반영 필요성"

형량범위 구체적 근거 필요성 제기도

최근 5년 간 유출 사례 96건…작년 최대

B 씨 일당의 범행 개요도. 사진 제공 = 수원지검 평택지청




반도체 공정용 장비를 생산하는 국내 기업의 기술을 빼돌려 중국으로 유출한 혐의를 받는 A 회사의 전 직원 B 씨 등 2명이 구속 상태로 16일 재판에 넘겨졌다. 20년 간 A 회사에서 근무했던 B 씨는 회사의 영업비밀이자, 첨단기술인 반도체 공정용 진공펌프 제조 기술을 중국으로 유출한 것으로 조사됐다.

반도체 공정용 진공펌프는 반도체·태양광·디스플레이 제조공정의 핵심 환경인 진공상태를 형성·유지하는 장비로, 오염물질 제거를 위해 필수적으로 사용되는 장비다. 이는 산업통상자원부장관으로부터 첨단기술로 확인받은 기술로, A 회사의 연 매출액은 4729억 원에 이른다. 검찰은 B 씨와 공모해 기술을 유출한 A 사 전·현직 직원 등 8명도 불구속 기소했다.

앞으로 산업기술 국외 유출 징역 최대 18년 선고 가능


앞으로는 B 씨와 같은 기술 유출 사범에게 법원이 최대 징역 18년까지 선고할 수 있게 된다. 대법원 양형위원회(이상원 위원장)는 지난달 지식재산·기술침해범죄에 대한 양형기준안을 의결했다. 기술 유출 범죄에 대한 형량이 낮다는 국민적 공감대를 고려해 권고형량이 상향된 것이다. 양형 기준은 판사들이 판결할 때 참고하는 일종의 가이드라인으로 기준을 따르지 않을 경우 판결문에 사유를 적어야 함으로 합리적 이유 없이 양형기준을 위반할 수는 없다.

양형위는 새로운 기준안에 기존 ‘영업비밀 등 침해행위’에서 핵심기술 유출 범죄를 따로 떼어 내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 유형을 신설했다. 산업기술 국내침해의 최대 권고형량은 기존 6년에서 9년으로, 산업기술 국외침해의 최대 권고형량은 기존 9년에서 15년으로 상향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국가 핵심기술 해외로 유출·침해하는 경우 특별가중인자가 더해졌을 때 최대 18년까지 권고된다. 특별양형인자 중 가중인자가 감경인자보다 2개 이상 많으면 1.5배까지 상한을 올릴 수 있음에 따른 것이다.

양형위는 또 기술침해 범죄가 대부분 초범에 의해 발생하는 점을 감안해 ‘형사처벌 전력 없음’을 집행유예 주요 참작사유에서 제외했다. 감경인자인 ‘실질적 피해 회복(공탁포함)’에선 ‘공탁포함’이라는 문구를 삭제했다. 공탁만 하면 당연히 감경인자가 되는 것처럼 오인될 우려가 있다는 비판을 고려한 것이다.

양형위 관계자는 “기술 침해범죄에 대한 엄정한 양형을 바라는 국민적 공감대를 반영해 기존 양형 사례나 법정형이 동일한 유사 범죄 군의 양형 기준보다 상향된 형량 범위를 제시했다”고 밝혔다.

최종 의결 앞두고 16일 공청회…"기술침해, 국가·사회적 법익 침해", "세부적인 기준 마련 필요"


양형위는 양형기준 개정안 확정을 앞두고 16일 서울 서초동 대법원에서 양형기준안에 관한 제19차 공청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자로 참여한 최성준 산업통상자원부 기술안보과장은 “산업기술 등 침해행위를 별도의 유형으로 신설한 부분은 기존 양형기준에 비해 기술보호 관점에서 진일보한 것”이라며 “영업비밀은 기업의 사익에 해당하나 산업기술은 정부가 산업경쟁력 제고나 유출방지를 해야 한다고 인정해 개별법에 따라 지정·고시·공고·인증한 기술로 국가·사회적으로 파급효과가 큰 기술로서 국가적 이익에 해당함을 고려할 때 매우 바람직한 결정”이라고 밝혔다.



이상원 양형위원회 위원장이 16일 오후 서울 서초구 대법원에서 열린 양형기준안에 관한 제19차 공청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기술 유출 피해를 산정하는 요소를 보다 폭넓게 고려해야 한다고 지적도 나왔다. 최승재 세종대 법학부 교수는 산업기술 등 침해 행위에 대한 형량 가중요소로 포함된 ‘심각한 피해’와 관련해 “미래에 발생할 수 있는 손해 발생 가능성도 함께 고려해 ‘심각한 피해를 초래할 위험이 큰 경우’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또 최 교수는 “단순히 피해 금액 뿐 아니라 투입된 인적 수준까지 고려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최성준 과장도 “지식재산·기술 침해 범죄의 양형 가중인자에 ‘상당한 정도의 기술 유출’ 등 보다 정량적 요소를 반영해야 한다”고 말했다.

새로운 양형기준안에 구체적인 근거를 마련해야한다는 의견도 있었다. 김웅재 서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영업비밀 침해범죄의 권고형량범위를 기존보다 상향하는 것에는 찬성하나, 명백히 법정형이 더 무거운 범죄보다 권고형량범위가 더 높게 설정되는 것에 찬성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산업기술 침해범죄와 영업비밀 침해범죄의 권고 형량범위를 달리해 산업기술 침해범죄의 형량을 규범적으로 더 상향하려면 보다 구체적인 근거가 제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최호진 양형위 전문위원은 “비록 영업비밀 침해범죄와 산업기술 침해범죄의 법정형이 동일하지만 산업기술보호법 및 각종 특별법 제정의 입법 취지에 비춰 보면 기술침해범죄는 국가경제안보를 위협하는 중대범죄적 성격이 강하므로 양자 사이의 불법성에는 차이가 있다”고 설명했다.

양형위는 공청회 의견 등을 종합해 다음달 25일 새로운 양형 기준을 확정할 예정이다.

산업 기술 유출 5년 간 96건…반도체 기술이 40%


중국 수출을 대기하던 중 압수된 피해 회사의 진공펌프 부품. 사진 제공 = 수원지검 평택지청


한편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지난해 적발한 기술 해외 유출 사례는 23건으로 최근 5년 사이 가장 많았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2019년 14건, 2020년 17건, 2021년 22건, 2022년 20건, 2023년 23건으로 최근 5년 간 총 96건이다. 이 중 반도체 기술 유출 사례는 38건으로 전체 적발 건수의 39.5%를 차지했다. 특히 2019년 3건에서 지난해에는 15건으로 집계돼 최근 들어 반도체 기술 탈취 시도가 급증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유민 기자 ymjeong@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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