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D램 시장에서 SK하이닉스(000660) 등 메모리반도체 기업들의 거센 추격을 받고 있는 삼성전자(005930)가 고대역폭메모리(HBM) 기술에 전사적 역량을 집중하며 반격에 나섰다.
19일 시장조사 업체 욜그룹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지난해 차세대 D램 시장에서 연간 매출 점유율 기준 40%로 29%로 2위를 차지한 SK하이닉스를 11%포인트 앞섰다. 표면적인 수치만 보면 적잖은 간극을 유지하고 있는 듯하지만 차이는 좁혀지는 추세다. 지난해 1분기 SK하이닉스는 D램 전체 매출에서 마이크론에 밀려 3위로 내려앉으며 어려운 시기를 겪었지만 4분기에는 삼성전자를 한 자릿수로 따라잡았다.
만년 2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의 턱밑까지 쫓아온 것은 HBM 시장에서의 선전 덕분이다. D램을 수직으로 적층해 데이터가 드나드는 통로를 넓힌 HBM은 수많은 병렬 연산을 동시에 수행해야 하는 인공지능(AI) 애플리케이션이나 고성능컴퓨팅(HPC)에 적합한 기술로 각광받고 있다. 삼성전자가 주춤한 것도 해당 기술 경쟁에서 주도권을 타 기업들에 내주면서다. 현재 상용화된 선단 제품인 4세대 HBM(HBM3)을 최대 수요 기업인 엔비디아에 공급하는 곳은 SK하이닉스다.
HBM은 비트 수로 따지면 전체 D램 생산량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여전히 한 자릿수에 불과하지만 부가가치가 높아 향후 차세대 D램 매출 지형과 판도를 뒤바꿀 수 있는 핵심 기술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욜그룹은 지난해 55억 달러였던 HBM 매출은 올해 150% 이상 증가한 140억 달러로 치솟고 2029년에는 38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한다.
차세대 D램 시장에서의 우위를 다시 확고히 하기 위해 삼성전자는 HBM 기술 확보에 전사적 역량을 쏟고 있다. 삼성전자는 2025년 상용화를 앞둔 5세대 HBM(HBM3e)부터 멀리는 6세대 HBM(HBM4)에서 다시 경쟁 우위를 되찾는다는 계획이다. 이를 위해 메모리반도체 생산과 파운드리, 첨단 패키징을 동시에 제공하는 장점을 극대화하는 동시에 생산량 증대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회사는 최근 메모리 생산 등에 총력을 기울이기 위해 건설 중인 평택 4공장의 파운드리 시설 라인 공사에 앞서 메모리 라인을 선행 시공하기로 했다. HBM 생산 설비도 올해 2.5배가량 늘려 HBM 수요에 대응할 예정이다.
조중휘 인천대 멀티미디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삼성은 초기 HBM 기술에서 SK하이닉스에 밀리고도 뒤집은 전력이 있다”며 “당장은 SK하이닉스가 발열 등 부문에서 앞서 있는 듯하지만 시장 변화에 맞춰 인력, 인센티브 구조 재편 등 각성을 통해 순위를 뒤바꿀 여지는 충분하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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