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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상]"생명 살리는 의사가 목숨 담보로 잡는게 말이 되나"…진료 연기에 암 환자들 '발만 동동'

■빅5 병원 등 전공의 집단사직 확산…'의료대란' 현실화

전국 병원서 '수천명' 동참 추산

정부, 221곳에 '진료 유지' 명령

의협집행부 2명 면허정지 통지도

尹 "의료계는 국민 못이겨" 강조

[전공의 집단사직]

◆ 전국 곳곳 의료공백 현실화

빅5 병원 수술·진료 일정 조정에

"제때 치료 못 받나" 불안감 확산

응급의료 현장 전공의 비중 높아

장기화땐 의료사고 발생 가능성

향후 2~3주가 의료대란 분수령

◆ 정부 비상진료대책

공공의료기관 97곳 진료시간 확대

국군병원 12개 응급실 민간 개방

집단행동 피해신고·지원센터 운영



19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관계자가 가운을 손에 들고 이동하고 있다. 연합뉴스




서울 ‘빅5(서울대·세브란스·서울아산·삼성서울·서울성모)’ 병원 등 전국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전날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의료 현장을 떠나 의료 대란이 현실화됐다. 전공의 집단행동은 2020년 문재인 정부 당시 의대 입학 정원 확대, 공공의대 신설 추진에 반발해 전체 전공의의 80%가 참여한 후 4년 만에 처음이다.

빅5 병원 등 전국 주요 병원은 전공의들의 근무 중단 여파로 수술이 연기됐고 진료에 차질을 빚은 환자와 환자 보호자들이 “사람 목숨이 왔다 갔다 하는데 뭐 하는 짓인가”라며 분노와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냈다. 정부는 전국 221개 수련병원에 진료 유지 명령을 내리고 비상 진료 체계를 가동했다. 정부는 또 집단행동을 예고한 대한의사협회 집행부 2명에게 의사 면허정지 행정 처분에 관한 사전 통지서를 발송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대응에도 의료 대란에 대한 공포감은 고조됐다. 의료계에 따르면 세브란스병원 소아청소년과 등 일부 진료 과목 전공의들은 전날 사직서를 내고 오전부터 현장을 떠났다. 빅5 병원 전공의들은 전날 오후까지 사직서를 일괄 제출하고 오늘 오전 6시부터 근무를 중단하기로 했다. 빅5 병원만 1000명이 넘는 전공의가 사직 의사를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빅5 병원을 포함해 전국 수련병원에 사직서를 제출한 전공의를 합치면 수천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해 19일 전국 주요 수련병원 전공의들이 19일 집단으로 사직서를 제출하고 현장을 떠나면서 의료 대란이 현실화됐다.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강경 대응하는 한편 비상 응급의료 체계를 구축해 만일의 상황에 대비했다. 이날 대구 한 대학병원에서 전공의가 사직원을 들고 있다. 대구=연합뉴스


실제 전공의들의 집단 릴레이 사직 움직임은 전국으로 확산하고 있다. 대전성모병원 전공의 44명은 사직서를 내고 전날부터 출근하지 않았다. 대전을지대병원 전공의협의회장도 전날 병원에 전공의들의 사직서를 모아 제출했다. 부산대병원 소속 전공의 100여 명도 개별적으로 사직서를 냈고 제주대병원은 16일부터 19일까지 파견의 18명을 포함한 전공의(인턴·레지던트) 93명 중 53명이 사직서를 냈다.

전공의들은 20일 정오 서울 용산 대한의사협회 본부에서 긴급 대의원총회를 열고 향후 대응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의협은 다음 달 10일 전국적인 궐기대회를 개최해 전공의의 집단행동에 힘을 보탤 계획이다.

하지만 정부는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법과 원칙’대로 대응하며 의대 정원 확대 계획을 변함없이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전날 윤석열 대통령은 참모들에 “지난 정부처럼 지나가지 않겠다”며 “의료계는 국민을 이길 수 없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한덕수 총리와의 주례 회동에서도 “국민의 생명과 건강을 지키기 위한 대응에 만전을 기해달라”고 당부했다.

"지방서 항암치료 왔는데 일정 꼬여"…볼모 잡힌 환자들 '분통'


19일 오전 서울의 한 대학병원 외래진료 대기실에 환자들이 진료순번을 기다리고 있다. 이호재기자


“지난 20년간 의사를 한 명도 증원 안 한 것은 말이 안 됩니다. 제일 중요한 건 환자인데 환자를 볼모로 집단행동을 하는 것은 히포크라테스 선서에 어긋나는 행동이라고 봅니다.”

“의사들이 생명을 살리는 공부를 했으면 국민을 위해서 일해야지 자기 밥그릇만 챙겨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만일 의료수가가 부족하다면 인상을 요구해야지 환자들 목숨을 담보로 잡는 것은 안 되죠.”


정부의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이 본격화하면서 전국 곳곳의 병원에서는 의료대란이 현실화되고 있다. 아직 응급실이나 중환자실 마비 현상까지는 나타나지 않고 있지만 전공의들의 이탈이 늘어나면서 진료 공백과 수술 차질 등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이른바 서울 ‘빅5’ 병원의 경우 수술·진료 일정을 대폭 조정하면서 환자들은 적기에 진료를 받지 못할 것에 대한 불안감과 분노를 표출하는 모습이다.



서울의 한 대학병원은 전날 오전부터 외래 진료를 받기 위해 전국 각지에서 온 환자와 보호자들로 북적였다. 병원 진료실 앞에는 수십 명의 환자와 보호자들이 앉아 진료 순서를 기다리고 있었고 얼굴에는 수심이 가득했다. 마포구에 거주하는 A(49) 씨는 “대형 병원에 방문하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환자들”이라며 “환자를 비롯한 보호자들이 업무 일정을 조정하고 와야 하고 지방에서 올라오는 분들도 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진료가 취소되거나 연기되면 어쩌나 하는 불안감이 생긴다”고 우려했다. 남편의 심장 질환으로 병원을 방문했다는 B(71) 씨는 “남편이 심장 약을 먹고 있는데 오늘 아침으로 약이 다 떨어졌다”며 “병원에 오기 전 의사 사직으로 약을 못 타면 어떻게 하나 하는 두려움과 걱정이 컸다. 환자 입장에는 의사 숫자가 충분해야 불안하지 않다”고 말했다.

세브란스병원의 일부 전공의들은 사직서 제출 후 현장을 이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신촌세브란스 소아청소년과 의국장은 입장문을 통해 “19일 소아청소년과 전공의 1~3년 차 사직서를 일괄적으로 전달하고 오전 7시부터 파업에 들어간다”고 밝힌 바 있다. 세브란스병원 관계자는 “전공의 집단 사직에 대비해 현재 수술실을 평상시의 50~60% 수준으로 운영하고 있다”며 “외래 진료가 취소되거나 병원 침상을 줄이는 일 등은 아직까지는 없는 상태”라고 밝혔다.

서울아산병원에서 만난 환자들도 전공의 파업으로 인한 진료 차질을 걱정했다. 천안에서 온 이 모(69) 씨는 “담도암 수술 후 3년째 추적 관찰을 하고 있고 한 달에 한 번씩 병원에 방문한다”며 “전이되는 것을 막으려고 꾸준히 병원에 오는 건데 의사들이 파업에 나선다니 제대로 진료를 볼 수 있을지 걱정이 많이 된다”고 우려했다. 췌장암 투병 중인 C(64) 씨는 “파업 때문인지는 몰라도 의사가 항암 일정을 확실하게 알려주지 않고 있다”며 “빅5 병원이라고 해서 더 나은 시설과 의술을 기대하고 충청도에서 서울로 올라왔는데 계속 기다려야 하니 불안한 마음이 크다”고 토로했다.

의료계 안팎에서는 앞으로 2~3주가 의료대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경증 환자는 2차 종합병원으로 전원하고 중증 환자 위주로 수술을 진행한다 하더라도 당장 골든타임을 지켜야 할 응급의료 현장에서 전공의들이 차지하는 역할이 크기 때문이다. 교수 인력과 전임의들이 전공의가 맡던 당직 근무를 대신한다고 하더라도 파업이 장기화하면 이들 인력의 업무 피로도가 가중돼 의료사고 등이 발생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정통령 중앙비상진료대책상황실장은 “2000년 전공의 집단행동 당시의 경험에 비춰보면 대체적으로 30~50% 정도의 진료 축소가 이뤄졌던 것으로 알고 있다”며 “현재 각 병원에서 교수 인력과 전임의, 입원 전담의, 중환자실 전담의 등과 같은 인력이 있어서 2~3주 정도는 축소된 진료 체계를 유지할 수 있지 않을까 싶지만 그 이상으로 (파업) 기간이 길어지게 되면 이들의 피로도가 증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공공의료기관·군병원 총동원…장기화땐 비대면진료 전면허용


박민수 보건복지부 2차관이 19일 오전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을 하고 있다. 세종=연합뉴스


의대 정원 확대에 반발하는 전공의들의 집단 사직으로 의료대란이 현실화하면서 정부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정부는 공공의료기관과 군 병원을 총동원하고 의료계의 집단행동이 장기화할 경우 비대면 진료를 전면 허용하기로 했다.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따른 피해 신고·지원센터도 운영한다.

보건복지부는 전날 ‘의사 집단행동 중앙사고수습본부’ 브리핑에서 전공의 등 의료계의 집단행동에 대비해 이 같은 비상 진료 대책을 공개했다. 복지부는 전국 응급의료기관 409곳이 원활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신속한 이송과 전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소방청과 협의해 꼭 필요한 중증·응급 환자는 권역응급의료센터 등 대형 병원, 경증·비응급 환자는 지역 응급의료기관이나 인근 병·의원으로 이송하기로 했다.

올해 5월까지 단계적으로 개소 예정이던 광역 응급상황실 4곳을 조기에 가동하고 응급의료기관의 24시간 응급실 운영 여부도 점검하기로 했다. 전공의 근무 중단에 대비하기 위해 대형 병원은 응급·중증 환자 중심으로 진료 체계를 전환하고 경증과 비응급 환자는 상급종합병원에서 종합병원으로 전원하는 방안 또한 추진한다.

지방 의료원, 근로복지공단 산하 병원 등 공공보건의료기관 97곳을 중심으로 평일 진료 시간을 확대하고 주말과 공휴일 진료도 실시하기로 했다. 국군병원 12곳의 응급실을 일반인에게 개방하는 방안 역시 마련했다.

개원의들의 집단행동으로 의원급 의료기관에서도 진료 공백이 확산할 경우에는 보건소의 연장 진료를 추진하고 공중보건의와 군의관을 주요 의료기관에 배치할 방침이다. 의사들의 집단행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병원급을 포함한 모든 종별 의료기관에서 초진과 재진 환자 관계없이 비대면 진료를 허용하는 방안 또한 추진한다. 다만 비대면 진료 확대는 집단행동 장기화 시 제한된 의료 자원을 적절하게 배분하기 위한 취지라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 박민수 복지부 2차관은 “상급종합병원은 중증과 응급 환자 위주로 맡고 경증 환자 등을 종합병원과 같은 2차 병원에서 맡게 되면 외래 진료의 수요가 많아질 수 있으므로 이때 비대면 진료를 허용한다는 의미”라며 “상급종합병원에서 중증이나 응급 환자를 대상으로 비대면 진료를 하겠다는 게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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