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묻지 않는 것을 이야기하느냐”(이철규 국민의힘 의원)
“질의를 했으면 답변할 시간을 달라”(유창오 전 공영홈쇼핑 상임감사)
지난 해 10월 20일 진행된 국회 국정감사는 이철규 국민의힘 의원과 유창오 전 공영홈쇼핑 상임감사의 언쟁이 격화되며 한 시간 만에 정회됐다. 이날 오후 국감이 재개됐지만 여야 양측의 요구에 따라 이재정 산자위원장은 결국 유 전 감사를 퇴장시켰다.
그가 자리를 떠났음에도 불구하고 유 전 감사의 임원 규정 위반에 대한 감사는 계속 진행됐다. 구자근 국민의힘 의원은 “유 감사가 지난달에도 페이스북 글에서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에 대해 ‘좌도 우도 아닌 뻐꾸기’라고 했다”며 “공익적 공기업의 감사인데 계속 정치적 행위를 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박수영 의원도 “공영홈쇼핑도 공공기관운영법 적용을 받는 기타공공기관으로 유 감사는 공금을 유용했기 때문에 당연히 수사 의뢰 대상”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조성호 공영홈쇼핑 대표에 대한 질의도 이어졌다. 그는 이 의원이 부친상 장례식에 직원들을 출장 목적으로 동원한 사실에 대해 지적하자 “적절하지 못한 부분이고 송구하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답했다. 또 공영홈쇼핑이 판매한 한우 불고기 제품에서 젖소 DNA가 검출된 것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자 이에 대해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이처럼 국감에서 공영홈쇼핑의 방만 경영, 기강 해이 등 내부 문제가 지속적으로 발생하자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 해 11월 대규모 감사에 들어갔다. 감사가 시작된 직후 유 전 상임감사는 정치 활동 등 임원 규정 위반, 업무추진비 과다 사용 등의 사실이 드러나면서 주주총회에서 해임됐다. 조 대표에 대해서도 부친상 직원 동원과 관련해 최근까지 감사가 진행된 것으로 확인됐다.
중기부는 이에 그치지 않고 이르면 다음 달 산하 기관인 공영홈쇼핑 지분 과반 이상 보유를 위한 지분 조정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보인다. 공영홈쇼핑이 기강 해이, 제품 허위 판매, 임원들의 사적 직원 동원 등의 문제로 계속해서 물의를 빚자 관리 감독 등 책임 경영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중기부는 이달 말께 국회에 구체적인 조정 방안을 보고한 후 빠르면 다음 달부터 다른 주주들과 지분 조정 작업에 들어가는 것으로 전해졌다. 아울러 지분 조정에 앞서 이달 말 공영홈쇼핑에 대한 최종 감사 결과도 내놓을 예정이다.
현재 공영홈쇼핑의 지분 구조는 △중기부 산하의 중기유통센터 50% △농협경제지주 45% △수산업협동조합중앙회 5%다. 전체의 과반(51%)을 넘는 ‘실질적 대주주’가 없는 상황이다. 이러한 지분 구조는 역할과 기능이 상이한 중기유통센터와 농협경제가 서로를 견제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2015년 설립 당시 정해졌다. 하지만 이같은 지분 구조는 상호 견제보다는 공영홈쇼핑을 무책임 경영의 온상지로 만들었다. 결국 2018년 중기부 산하기관으로 지정된 이후 공영홈쇼핑의 방만 경영, 내부 기강 해이 등의 문제가 끊임없이 불거졌다.
공영홈쇼핑은 방만 경영 탓에 실적도 개선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공영홈쇼핑의 최근 3년간 영업이익은 2020년 218억, 2021년 147억원, 지난해 148억원을 기록했다. 이 때문에 감사에 따른 징계 조치 이후 조직 개편 가능성까지 대두되고 있다.
중기부의 지분 조정을 통해 중기유통센터가 공영홈쇼핑의 지분 51%를 보유하게 되면 대주주로서의 실질적인 권한을 획득해 공영홈쇼핑에 대한 중기부의 관리 감독을 강화할 수 있다. 만약 전체의 67%가 넘는 지분을 확보하면 대표이사 해임 등 주주 총회에서 독자적인 특별 결의도 가능하다. 국회 관계자는 “중기부가 농협 및 수협과 지속적으로 협의를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공영홈쇼핑 지분 조정은 산하 기관에 대한 지배력 강화를 위해 필요한 수순”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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