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서학개미’들이 글로벌 인공지능(AI) 시장 최대어인 미국 엔비디아의 주식을 이달 들어 대규모로 매집하고 나섰다.
20일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국내 투자자들은 이달 들어 19일까지 엔비디아를 2억 7938만 2306달러(약 3738억 원)어치 사들여 테슬라(3억 898만 5448달러)에 이은 전체 해외 주식 순매수 상위 종목 2위로 이름을 올렸다. 이달 국내 투자자들의 엔비디아 순매수 규모는 지난달(3112만 7189달러)의 9배에 이른다. 서학개미의 엔비디아 주식 보관액도 지난해 12월 말 43억 6380만 9602달러(약 5조 8388억 원)에서 이달 16일 67억 1032만 4384달러(약 8조 9784억 원)로 3조 원 이상 급증했다. 그 결과 애플을 제치고 전체 2위로 올라섰다. 이달 엔비디아의 총 거래액 또한 15억 7503만 3130달러(약 2조 1071억 원)를 기록해 상장지수펀드(ETF)를 제외한 단일 종목 가운데 가장 많았다.
올 들어 국내 투자자의 대규모 엔비디아 매수 현상은 지난해와는 판이하게 다른 흐름이다. 2020~2022년 엔비디아를 매년 6억 달러 이상 순매수했던 국내 투자자들은 지난해 주가 거품 논란이 불거지자 12억 3553만 9745달러(약 1조 6530억 원)어치를 내다 팔았다. 지난해 10~12월에는 3개월 연속 차익 실현에 나서기도 했다.
국내 투자자들이 엔비디아에 대한 시각을 바꾼 것은 올 초부터 AI 관련주가 급부상하면서 대장주인 엔비디아의 성장성이 더 확장됐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엔비디아의 주가는 지난해 239% 상승한 데 이어 올 들어서도 47% 오른 상태다. 증권가에서는 21일(현지 시간) 엔비디아의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결과에 따라 국내 투자자들의 순매수 규모가 더 커질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김일혁 KB증권 연구원은 “엔비디아의 이익 전망치는 주가보다 더 빠른 속도”라며 “AI 반도체에 쏟아지는 시장의 관심까지 감안하면 1년 전보다도 주가가 싼 편”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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