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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갑 더 여는 게 아니라"…인플레가 부른 '내수개선 착시'

소비자심리지수 3개월 연속 올라 2월 101.9

교통비 등 고정지출 증가 전망

경기 밀접 외식비 등은 비관적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한 시민이 장을 보는 모습.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20일 내놓은 2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1.9포인트로 전달보다 0.3포인트 올랐다. 지난해 12월부터 3개월 연속 상승이자 두 달 연속 100포인트를 웃도는 수치다. CCSI는 주요 6개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활용해 산출한 지표로 수치가 100보다 높으면 소비심리가 낙관적임을, 낮으면 비관적임을 뜻한다.

하지만 이는 최근의 소비 흐름과 다르다. 기획재정부는 16일 발간한 ‘2024년 2월 최근 경제 동향(그린북)’에서 “민간소비 둔화, 건설투자 부진 가시화 등 경제 부문별로 회복 속도에 차이가 있다”고 밝혔다. 통계청 나우캐스트에 따르면 유통 업계의 최대 대목인 설을 앞둔 2일 신용카드 이용액은 전주 대비 13.8%포인트 하락했다.

왜 이런 차이가 생겼을까. 해답은 인플레이션에 있다. CCSI가 2월에 100포인트를 상회한 것은 6개 항목 가운데 하나인 소비지출전망 CSI 영향이 크다는 게 한은의 설명이다. 소비지출전망 CSI가 100포인트를 넘으면 6개월 후 소비지출이 늘어날 것이라고 보는 전망이 많다는 뜻인데 2월 소비지출전망 CSI는 111포인트를 기록했다. 장기 평균인 108포인트보다 높다.





일반적으로 지출 확대 전망은 소비 확대로 이어지는 경향이 있지만 이번에는 상황이 다르다. 경기 개선을 기대하며 지갑을 더 열겠다는 심리보다는 고물가에 경직성 지출이 늘어날 것 같다는 전망이 더 많았기 때문이다. 실제 2월의 경우 경기 개선과 밀접한 내구재(94)·외식비(95)·여행비(95)에 대한 지출 전망은 비관적이다. 고정비에 가까운 교통·통신비(110), 의료·보건비(113), 교육비(101)에 대한 지출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많았다. 결국 물가 상승이 ‘고정비 증가→지출 확대 전망→소비심리지수 상승→내수 개선 착시’로 이어진 셈이다.

현재경기판단 CSI 역시 절대 수준 자체가 낮다. 1월 69포인트에서 2월 70포인트로 오르며 CCSI 상승에 기여했으나 장기 평균(72포인트)을 하회한다. 현재생활형편 CSI도 전월보다 1포인트 오른 90포인트를 기록했으나 장기 평균(89포인트)과 유사하다. 황희진 한은 통계조사팀장은 “CCSI가 개선세이기는 하나 절대적인 수준과 내용을 보면 소비심리가 개선되고 있다고 보기는 힘들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분위기는 기대인플레이션율에도 나타난다. 향후 1년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인 기대인플레이션율이 2월 3.0%로 지난달과 같은 수준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조사 기간(2월 5일~14일) 직전인 2일, 1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8%로 6개월 만에 2%대로 내려왔다는 발표에도 물가 심리가 크게 개선되지 않은 모습이다. 황 팀장은 “농산물·외식 등 먹거리 물가는 워낙 높아서 (기대인플레이션이) 크게 떨어지지 못하고 멈칫했다”며 “최근 국제유가 상승에 휘발유 값이 올라간 것도 영향을 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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