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KB·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 사외이사 70% 이상의 임기가 끝나 사외이사 큰 장이 서게 될 전망이다. 그간 사외이사들은 사모펀드, 주가연계증권(ELS) 등 일련의 사태에서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아도 관행처럼 대거 자리를 보전해왔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이 사외이사 독립성 강화 압박 강도를 높이고 있는 만큼 예상보다 큰 ‘물갈이’가 있을지 주목된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 37명 가운데 73%에 해당하는 27명이 3월 말 임기가 만료된다. 지주별로는 신한금융이 사외이사 9명 전원의 임기가 만료되고 하나금융도 전체 8명 중 6명이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우리와 KB, 농협도 각각 4명의 사외이사 임기가 끝난다.
통상적으로 금융지주는 사외이사의 최대 재임기간을 6년(KB금융(105560)은 5년)으로 제한해놓고 있다. 이를 고려할 때 올해 교체가 확실시되는 사외이사는 김경호 KB금융 이사회 의장과 성재호 신한금융 이사, 하나금융 김홍진 이사회 의장, 양동훈·허윤 이사 등 총 5명이다.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별다른 결격 사유가 없으면 재임기간을 모두 채워왔다. 금융지주들이 사외이사 연임을 관례화하며 기존 이사를 재추천했기 때문이다. 임기는 보통 2년이며 연임 시 1~2년씩 추가된다.
그러나 이번 주총 최대 이슈 중 하나는 사외이사 선임 안건이 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해 말 금융지주 이사회의 독립성을 강조하며 “사외이사 선임 과정에서 경영진의 '참호 구축' 문제가 발생하거나 폐쇄적인 경영문화가 나타나지 않도록 해달라”고 당부했다. 당국은 이와 함께 ‘은행지주와 은행 지배구조에 관한 모범관행’을 발표해 ‘2+1 임기제’가 견제기능을 약화할 우려가 있다고 판단했다. 모범관행은 강제사항은 아니지만 당국이 금융지주 지배구조 문제를 압박하고 있는 만큼 이를 외면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사외이사들은 금융사 경영진을 제대로 견제하기는커녕 사실상 거수기 역할을 하며 경영진과 유착됐다는 지적을 받아왔다. 지난해 상반기 기준 5대 금융지주가 이사회에서 다룬 105건의 안건 중 100%가 찬성 의결됐다. 안건을 살펴보면 이사회를 선임하고 보수를 책정하는 것까지 사외이사들이 ‘셀프 의결’했다. 사외이사들은 지주사별로 회장(임원)후보추천위원회 등 이사회 내 각종 소위원회 위원까지 맡으며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했다.
기존 사외이사들이 연임을 고사할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윤재 신한금융 이사회 의장의 경우 1년 연임이 가능하지만 사임 의사를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지주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사외이사는 동일 금융그룹 내 자회사를 제외한 다른 회사의 사외이사를 겸직할 수 없어 대기업 사외이사 대비 선호도가 떨어진다”며 “겸직은 안되는데 책임만 늘면서 사외이사 구인난이 더욱 심화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융지주 회장들이 지난해 대거 교체된 점도 물갈이 가능성에 힘을 더한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의 권력지도가 바뀌면서 새 체제에 힘을 싣기 위해 이사진에도 큰 변화를 줄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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