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 양도차익 5000만 원에만 논의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게 아쉽습니다.”
지난해 1월 윤석열 대통령은 “금융투자소득세를 폐지하겠다”고 밝혔다. 현행대로 대주주를 제외한 개인투자자는 세금을 내지 않도록 하겠다는 의도였다. 주식시장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는 등 긍정적 요소가 많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러나 개인투자자의 양도차익에 너무 초점이 맞춰져 있다고 우려하는 세제 전문가도 적지 않았다. 펀드·파생결합증권·주식 등 투자 상품마다 중구난방이었던 조세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금투세 도입의 취지였는데 당정이 개인투자자 표심을 의식하다 보니 이 같은 구조적 문제를 논의하기 더 어려워졌다는 푸념이다.
이 같은 우려는 정부가 부가가치세 간이과세자 대상을 연 매출 8000만 원에서 1억 400만 원으로 확대한다고 밝혔을 때도 불거졌다. 정부는 더 많은 소상공인이 60~85%의 부가세 감면 혜택을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명분을 달았다. 하지만 사실 간이과세자 기준 조정은 정부 안팎에서 ‘최후의 보루’라는 평가가 많았던 항목이다. 간이과세자에게는 세금계산서 발행 의무가 면제되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대상을 확대하면 사업장 세원 정보 확보에 어려움이 커진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정부 감세 기조의 핵심 명분은 ‘민생 부담 경감’이다. 그러나 민생으로만 현재의 조세정책을 규정하기에는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지나치게 본다는 생각을 지우기 어렵다. 예컨대 세제 당국은 최근 부영그룹이 지급한 1억 원 규모의 출생장려금을 어떻게 해석할지 명확한 설명을 내놓지 않고 있다. 관가에서는 세제 당국이 원칙대로 근로소득세로 해석하고 싶어도 저출생으로 민감한 여론 탓에 쉽게 결론을 내리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경기 불안과 재정 건전성 우려가 겹친 시기다. 이미 지난해에만 50조 원이 넘는 세수 결손이 발생했다. 더구나 4월 국회의원 선거로 여론에 더 민감한 시기다. 이럴 때일수록 민생에 볼모로 잡히기보다는 세법 원칙을 명확히 잡는 것이 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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