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찾은 대구시 북구 ‘삼성창조캠퍼스’ 내 ‘C랩 아웃사이드 대구 캠퍼스’. 이곳은 삼성전자(005930)가 조성한 대구 스타트업 육성 거점으로 스타트업 대표와 직원들이 사무실과 공용 공간을 둘러보고 있었다. 그동안 1년 간 입주하며 성장했던 첫 기수 스타트업이 떠나고 다음 기수 스타트업의 입주를 앞둔 상황이었다.
지난해 2월 개소한 C랩 대구 캠퍼스는 삼성전자가 2018년부터 운영해온 외부 스타트업 육성 프로그램인 ‘C랩 아웃사이드’를 대구로 확대, 조성한 인큐베이팅 센터다. 대구 소재 스타트업들이 서울로 오지 않더라도 동일한 혜택과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한 것이 특징이다. 특히 캠퍼스에서 근무하는 삼성 직원 5명이 입주 스타트업 5곳 중 1곳씩 맡아 1대1 밀착 지원을 해준다. 현장에서 만난 스타트업 대표는 “삼성 직원으로부터 지원 계획에 대한 상세한 설명을 들으니 서울이 아닌 대구에 있어도 사업을 진행하기 무리가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실제로 22일로 개소 1주년을 맞은 대구 캠퍼스는 1년 만에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뒀다. 대표적인 사례가 스마트윈도우 제조 스타트업 ‘뷰전’이다. 이 스타트업의 누적 투자유치 금액은 입주 전만 해도 2억 원이었는데 1년 만에 20억 원으로 늘었다. 투자금은 투명 정도를 조절할 수 있는 차세대 필름을 직접 생산할 수 있도록 활용된다. 뷰전은 삼성 지원을 통해 지난해 6월 유럽 정보기술(IT) 전시회인 ‘비바텍 2023’에 참석한 것을 계기로 해외 완성차 업체와 스마트윈도우를 공동 사업화하는 방안도 논의 중이다. 양준호 삼성전자 창의개발센터 프로는 “삼성전자가 직접 지원한다는 스타트업이라는 프리미엄이 투자유치와 사업 추진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고 강조했다.
다른 대기업도 지역 벤처·스타트업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포스코가 포항에 세운 ‘체인지업 그라운드’에는 100곳 이상의 벤처 기업이 입주해 있다. 특히 지난해 비수도권 최초의 민관협력형 팁스타운이 세워지면서 기술 기반 유망 창업기업 육성이 한결 수월해졌다. 또한 에코프로(086520)그룹의 기업형벤처캐피탈(CVC)인 에코프로파트너스는 투자 자금 중 70% 가량을 지방 소재 벤처기업에 집중하고 있다. ‘제2의 에코프로’를 발굴하기 위해 성장 잠재력 있는 2차전지 및 친환경 벤처 기업에 대한 투자에 무게 중심을 두는 것이다.
이처럼 대기업이 지역 스타트업 생태계 활성화에 발벗고 나서면서 서울 집중화 문제도 다소 해소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흘러나온다. 스타트업 지원 기관인 스타트업얼라이언스에 따르면 외부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 3496곳 중 서울에 위치한 스타트업이 총 2359곳으로 67.4%에 달했다. 서울을 포함해 수도권에 자리 잡은 스타트업 비중은 82.3%를 차지했다.
벤처캐피탈 업계의 한 고위 관계자는 “스타트업이 투자를 받거나 개발자를 채용하려면 서울 중에서도 강남에 입주하는 게 수월한 게 현실”이라면서도 “VC 업계가 스타트업의 서울 집중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지역 생태계와의 교류를 보다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스타트업 업계도 지역 내 교류 강화에 공감하는 분위기다. 국내 최대 스타트업 단체 코리아스타트업포럼은 15일 부산에서 동남권협의회 출범 5주년을 기념하는 행사를 열었다. 부산·울산·경남을 아우르는 이 지역 협의회에는 현재 350곳 이상 회원사가 활동하며 지역 대표 창업가 커뮤니티로 성장했다. 김민지 협의회장은 “인구 유출과 지방 소멸 등 풀어야 할 문제가 산적해 있지만 창업가 정신과 연대의 힘을 기반으로 지역 문제 해법을 적극 제시하고 지역 동반성장이라는 최우선 가치를 바탕으로 앞으로도 긴밀히 협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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