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지난해 4400억 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냈습니다. 당초 코레일 예상의 2배 가까이 됩니다. 부채는 20조 5000억 원까지 치솟아 매일 이자로 쓴 돈만 13억 원에 달했습니다. 정부의 계속된 물가 잡기에 철도 요금을 올리지 못한 이유가 큽니다.
서울경제신문이 최근 입수한 코레일의 ‘2023 회계연도 결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코레일의 영업손실은 4415억 원으로 집계됐습니다. 1년 전인 2022년(3969억 원)과 비교하면 적자 폭이 446억 원 늘었습니다. 당초 코레일은 지난해 8월 수립한 ‘2023~2027 중장기 재무관리계획’을 통해 올해 영업손실 규모를 2308억 원으로 예상했습니다. 실제 적자 폭은 코레일 예상보다 2배 가까이 많았던 셈입니다. 코레일 적자는 2017년부터 지난해까지 7년째입니다.
부채도 증가세입니다. 지난해 코레일의 부채는 20조 4654억 원으로 1년 전(20조 405억 원)보다 4249억 원 늘었습니다. 부채비율은 2022년 222.6%에서 지난해 237.9%로 최근 1년새 15.3%포인트 올랐습니다. 치솟은 부채에 코레일이 지난해 부담한 이자 비용은 4745억 원에 달했습니다. 지난해 한 해에만 하루 이자로 13억 원을 쓴 것입니다.
향후 전망도 밝지 않습니다. 코레일은 올해 부채 규모가 21조 6786억 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1년 전(20조 4654억 원)보다 1조 2000억 원 이상 늘어난 규모입니다. 올해 부채비율 전망치는 지난해(237.9%) 대비 24.6%포인트 증가한 262.5%입니다. 올해부터 2027년까지 5년간 발생할 이자 비용은 1조 8000억 원을 웃돌 것으로 추정됩니다.
코레일 재무구조가 악화일로로 치닫고 있는 것은 철도요금이 동결된 영향이 큽니다. KTX, 새마을호 등 간선철도 운임은 2011년 이후 한 번도 오르지 않았습니다. 그 사이 소비자물가는 30% 넘게 올랐습니다.
전기요금 인상 여파도 있습니다. 코레일이 지난해 쓴 전철 전기료는 4637억 원으로 1년 전(3979억 원)보다 658억 원 증가했습니다. 한문희 코레일 사장이 지난해 간담회에서 “부채의 이자 비용을 감당할 정도의 철도요금 인상은 필요하다”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업계는 코레일의 철도 운임 체계를 물가 상승률과 연동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하지만 정부의 생각은 다릅니다. 올 4월 총선을 코앞에 둔 데다 ‘물가 안정’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정부 입장에서 민생과 직결된 철도 운임 인상은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습니다. 지난해 버스·전철·택시요금 등 운송서비스 물가는 1년 전보다 3.4% 올라 2012년(6.4%) 이후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하기도 했습니다. 물가당국인 기획재정부는 적어도 올 상반기까지 공공요금 동결 기조를 유지할 방침이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은 “상반기까지 물가가 3% 안팎을 기록하다가 하반기에 2%대로 내려갈 것”이라고 예상한 바 있습니다.
문제는 수익성 악화로 코레일의 설비 투자가 위축될 수 있다는 점입니다. 당장 코레일의 안전투자 예산만 놓고 봐도 지난해 1조 9224억 원에서 올해 1조 8473억 원으로 800억 원 가까이 줄었습니다. 심지어 내년 안전투자 예산은 1조 5319억 원으로 올해보다 3000억 원 넘게 쪼그라듭니다. 신규 투자가 위축될 경우 최근 9일째 일부 구간 운행이 중단된 경원선 사례와 같이 시설 고장 등으로 시민 불편이 잇따를 가능성도 있습니다.
요금 인상에 앞서 수익성이 높지 않은 노선을 구조조정해야 한다는 지적 또한 나옵니다. 2022년 기준 실을 낸 코레일 노선은 총 24개 중 22개입니다. 특히 수익성 하위 노선 10개는 최근 10년간 한 번도 영업이익을 올리지 못했습니다. 유정훈 아주대 교통시스템공학부 교수는 “일반 철도는 요금 정상화 이전에 구조조정이 필요하다”며 “지역간 철도를 고속철도 중심으로 개편하고 일반 철도의 비수익 노선을 과감하게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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