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시장의 영원한 맞수 삼성전자(005930)와 LG전자(066570)가 세탁, 건조를 한 번에 할 수 있는 일체형 세탁건조기를 동시에 선보이며 국내 시장에서 격돌한다.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해 건조 성능을 끌어올렸고, 인공지능(AI) 편의 기능 등을 대폭 강화했다는 점이 공통점이다. 가격을 놓고는 각을 세우면서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24일 일체형 세탁·건조기 ‘비스포크 AI 콤보’ 국내 판매를 시작한다. 비스포크 AI 콤보는 25㎏ 용량의 드럼 세탁기와 15㎏ 용량의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기를 하나로 합친 제품이다.
신제품은 대용량 열교환기에서 따뜻한 바람을 순환시키는 고효율 인버터 히트펌프를 적용해 건조 성능을 개선했다. 셔츠 17장 수준인 3㎏ 세탁물의 경우 세탁부터 건조까지 99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기존 히터 방식의 콘덴싱 타입 건조기와 비교해 건조 시간을 최대 60% 절약할 수 있다. 설치 공간은 세탁기와 건조기를 각각 설치할 때보다 40% 줄일 수 있다. 7형 풀 터치 액정표시장치(LCD) 패널을 적용한 'AI 허브'를 통해 타 기기 연동과 멀티미디어 이용 등이 가능하고, AI 기반으로 맞춤 세탁을 지원한다.
LG전자 역시 지난 22일부터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 판매를 시작했다. 세탁과 건조 용량은 각각 25㎏과 13㎏이며, 제품 하단에는 섬세한 의류나 기능성 의류, 속옷, 아동 옷 등을 분리 세탁할 수 있는 4㎏ 용량 미니워시가 탑재됐다.
LG 세탁건조기에도 인버터 히트펌프 방식의 건조 기술이 적용됐다. 특히 LG전자는 세탁건조기 전용 인버터 히트펌프 건조 모듈까지 자체적으로 개발했다고 강조했다. 냉매를 순환시켜 발생한 열을 활용해 빨랫감이 머금은 수분만 빨아들이는 저온제습 방식으로 옷감 보호에 유리하다는 것이 회사 측 설명이다.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에도 AI 기술이 녹아들었다. AI DD모터는 내부 드럼의 회전 속도를 세탁물의 의류 재질에 맞게 알아서 조절한다. 세탁물 무게도 자동 감지해 3~6초 만에 세탁·건조 예상 시간을 알려준다. 국내 최초로 세탁기 온디바이스 AI칩(DQ-C)이 탑재돼 탈수 과정의 딥러닝 기능이 향상됐다. 이 기능은 탈수할 때 세탁물을 균일하게 분산시켜 진동과 소음을 줄인다.
가격 경쟁력 측면에선 삼성전자가 우위를 점했다. 비스포크 AI 콤보의 출고가는 399만 9000원이고, LG 시그니처 세탁건조기의 출고가는 690만 원으로 290만 원가량 가격 차이가 난다. LG전자의 신제품이 프리미엄 라인인 시그니처에 속해있고, 세탁기와 건조기를 합친 것은 물론 미니워시 등 부가 기능이 추가된 영향이다. 가격을 낮춘 보급형 제품인 LG 트롬 오브제컬렉션 워시콤보가 출시되는 4월이면 양 사의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LG전자가 올 초 미국에서 출시한 워시콤보의 출고가는 2999달러(약 400만 원)으로 삼성전자 제품과 비슷한 수준이다.
기존에도 북미 지역을 중심으로 일체형 세탁건조기 제품이 없었던 건 아니다. 그러나 히터 방식의 건조기와 세탁기를 결합해 건조 성능이 떨어지고 옷감이 쉽게 손상되는 문제를 겪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일체형 세탁건조기가 인버터 히트펌프 기술을 적용했다는 공통점을 가진 이유도 이 때문이다. 두 회사는 지난해 9월 유럽 최대 가전·IT 전시회 'IFA 2023'에서 나란히 세탁건조기 신제품을 공개하며 경쟁 구도가 형성됐고 지난 1월 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4'에서도 맞붙었다.
가전업계에선 세탁건조기가 정체에 빠진 백색가전 시장에서 ‘게임체인저’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미 제품을 먼저 출시한 북미 지역에서 폭발적인 수요가 확인되고 있다. LG 워시콤보는 출시 첫 주에는 기존 프리미엄 드럼 세탁기보다 70% 높은 판매량을 기록한 데 이어 1월 한 달간 기존 제품 대비 50% 높은 판매량을 올렸다. 류재철 LG전자 H&A사업본부장(사장)도 "워시콤보의 판가가 기존 드럼세탁기의 2배가 넘는데도 베스트셀러 모델과 비교해도 몇 배 더 잘 팔리고 있다"며 "올해 성장에 가장 많이 기여하는 모델이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기대감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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