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2일 여수공항에서 차로 20분 달려가자 축구장 23개 크기의 포스코퓨처엠(003670) 광양 양극재공장이 모습을 드러냈다. 단일 공장 기준 세계 최대 생샨량을 자랑하는 만큼 직원들로 북적대는 모습을 예상했지만 공장 내부에는 기계음만 가득했다. 사람 대신 로봇팔과 무인운반차(AGV), 파이프라인을 이동하는 캡슐들만 분주하게 움직였다.
포스코퓨처엠 양극재 공장은 이처럼 원료부터 완제품까지 모든 공정이 자동화된 시스템을 갖췄다. 이는 양극재가 미세한 오차도 허용할 수 없는 초정밀 공정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의 심장으로 불리는 양극재는 미세한 오차로도 수율이 떨어질 수 있어 철저한 이물 관리와 계량이 생명이다.
양극재는 전구체에 리튬을 섞어 가열하는 '소성'부터, 잔류 리튬을 제거하는 '수세', 양극재와 전해액 간 반응을 억제하는 '코팅', 양극활물질과 코팅재를 결합하는 '열처리' 순으로 만들어진다. 근무자들이 때때로 관리를 하지만, 모든 공정은 로봇이 담당한다.
특히 리튬이 수분에 민감한 탓에 양극재 가루를 담는 도가니는 주기적인 교체가 필요하다. 이 공정은 로봇팔이 담당하고 있다. 김대완 포스코퓨처엠 광양 양극재공장 부공장장은 "사람이 교체 작업을 하면 질환이 올 수 있을 정도로 도가니 갯수가 많다"고 했다.
제조된 양극재는 실시간으로 품질 분석을 거친다. 시료는 빨강·파랑·노랑 띠가 둘린 샘플 캡슐에 담겨 분석실로 보내진다. 과거엔 하루 300~500개의 캡슐을 사람이 직접 옮겼지만, 현재는 초속 5m의 '에어슈팅' 기술을 적용해 1㎞ 이상 거리도 1분 내 이동이 가능하다.
품질 분석도 로봇의 몫이다. 로봇팔 2개가 유리컵처럼 생긴 보틀에 검은색 양극활물질을 부어 품질을 분석하고 무게를 잰다. 안기현 양극재품질섹션 리더는 "로봇팔과 전자저울 등을 이용한 정밀 자동 시스템으로 분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최종 완성된 양극재와 원재료는 '자동화 창고'에 저장된다. 광양 2공장의 자동화 물류 창고는 약 1만 2000톤의 원료와 제품을 저장할 수 있는 규모로, 높이 약 20m의 철제 구조물에 약 1만 4000개의 팔레트로 이뤄졌다.
모든 원료·제품은 각자의 일련번호가 매겨져 있고, 관제실에서 이동 명령을 내리면 지정된 팔레트로 원료·제품을 옮기거나 가져와 자동운송로봇(AGV)을 통해 출하장 등으로 옮겨진다. 이곳에서 최종 출하까지 이뤄진다.
포스코퓨처엠 광양 공장은 단일 규모 세계 최대로 16만 5203㎡ 부지에 총 13개 라인을 갖추고 있다. 양극재는 NCM(니켈·코발트·망간)과 NCMA(니켈·코발트·망간·알루미늄) 등 연간 9만 톤을 생산할 수 있다. 이는 전기차 100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양이다.
광양 공장에는 NCA(니켈·코발트·알루미늄) 양극재 전용공장도 들어설 예정이다. 지난해 4월 착공한 포항 공장(연산 3만 톤)에 이어 두 번째로, 연산 5만2500톤(전기차 배터리 58만 대분)의 생산 능력을 갖고 있다. 올해 말과 내년 상반기에 포항·광양 전용공장이 각각 준공되면 총 8만 2500만 톤의 생산 기반을 갖추게 된다. 전량 삼성SDI로 납품된다.포스코퓨처엠은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양극재 생산능력을 2030년 100만톤 까지 늘릴 계획이다. 이를 통해 2030년 연간 매출 43조 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도 세웠다. 김준형 포스코퓨처엠 대표는 "고객사들도 올해 하반기부터는 (배터리) 경기가 나아지기 시작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며 "풀(Full) 생산 체제로 갈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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