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가동원전 90%는 수명 연장(계속운전)을 허가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최초 설계수명 기간이 끝난 원전의 계속운전 승인율은 100%에 달했다. 계속운전 중인 원전이 ‘제로(0)’인 한국과 대조적이다. 지난 정부 '탈(脫)원전' 정책 여파로 향후 5년 내 원전 무더기 중단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25일 서울경제신문이 입수한 한국수력원자력의 '세계원전 계속운전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미국의 가동원전 93기 중 84기(90%)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특히 최초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됐던 미국 원전 63기는 모두 계속운전을 했다. 통상 30~40년인 원전의 설계수명이 끝나자마자 폐쇄한 경우는 없었다는 의미다. 또 미국 전체 원전 93기 중 90기(97%)는 가동 기간이 30년을 넘었다.
다른 원전국도 상황은 비슷하다.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가동원전 438기 중 259기(59%)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1년 전(233기)보다 26기 늘었다. 최초 설계수명을 넘긴 원전(267기) 중 계속운전을 시행했던 원전은 244기(91%)로 집계됐다. 수명 연장 후 폐쇄된 원전을 빼면 현재도 가동 중인 계속운전 원전은 188기(70%)다.
전 세계 가동원전(438기) 중 30년이 넘은 원전은 295기(67%)에 달한다. 유럽만 놓고 봐도 가동원전 97기 중 89기(92%)의 운영 기간이 30년을 넘었고 69기(71%)는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다. 한수원은 보고서를 통해 "계속운전은 비용, 건설 기간 등 신규 원전의 단점을 보완한다"며 "원전 보유국 대부분 안전성과 경제성이 확보되는 조건으로 계속 운전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했다.
반면 한국에서 계속운전 중인 원전은 찾아볼 수 없다. 국내 최초 원전인 고리 1호기는 수명이 10년 연장된 후 2017년 곧바로 영구 폐쇄됐다. 문재인 정부 탈원전 정책의 상징으로 꼽히는 월성 1호기는 2015년 계속운전 승인을 받았지만 2019년 조기 폐쇄됐다. 고리 2호기는 계속운전 신청 시기를 놓쳐 지난해 가동이 중단된 채 심사를 받고 있다.
고리 2호기뿐만이 아니다. 1980년대에 지어진 국내 원전은 모두 수년 내 운영허가가 줄줄이 만료된다. 향후 5년간 설계수명이 끝나는 원전만 10기로 국내 전체 가동원전(25기)의 40%에 이른다. 2027년 이후 운영허가가 만료되는 한울 1·2호기 등 2기 정도만 가동 중단을 겪지 않고 계속운전이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 정부에서 계속운전 신청을 미루다가 ‘골든타임’을 놓친 결과다.
문제는 비용이다.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려면 원전의 빈 자리를 석탄 등 화석연료 발전으로 채울 수 없다. 원전 가동 중단시 발전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액화천연가스(LNG) 비중 등을 높여야 한다는 의미다. 서울대 원자력정책센터가 지난해부터 2030년까지 탈원전 정책으로 24조 5000억 원 규모의 추가 비용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한 배경에도 이런 맥락이 자리한다. 지난 정부와 임기가 겹치는 2017~2022년에는 22조 9000억 원의 손실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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