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S24를 필두로 한 글로벌 인공지능(AI)폰 경쟁 격화는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해온 AI 관련 산업의 흐름을 크게 혁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삼성전자(005930)가 총 1억 대의 모바일 기기에 생성형 AI를 탑재해 새로운 AI 생태계를 조성하겠다고 선언했고 프리미엄 시장으로 눈을 돌린 중국 제조사들도 참전했다. 세계 정보기술(IT)의 흐름을 주도하는 애플 역시 조만간 경쟁에 뛰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세계 최초의 온디바이스 AI폰을 표방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는 올해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의 최대 관심작이다. 갤럭시 S24 시리즈는 삼성전자의 ‘가우스’와 구글의 ‘제미나이’ 등 여러 대규모언어모델(LLM)을 합쳐 일부 기능을 경량화한 갤럭시AI가 탑재됐다. 실시간 통화 통역과 이미지에 동그라미를 그려 검색하는 ‘서클 투 서치’, 복잡한 글을 쉽게 정리하는 ‘노트 어시스트’ 등으로 활용할 수 있다. 기기에 AI를 탑재한 덕분에 대부분의 AI 기능을 네트워크 연결 없이도 사용할 수 있다.
삼성전자는 첫 주자로서 갤럭시AI를 통한 점유율을 빠르게 높여 확고한 시장 지배력을 만들어나가겠다는 전략이다. 갤럭시 S24뿐 아니라 갤럭시 S23 시리즈와 갤럭시 Z폴드 등 기존 제품에도 갤럭시AI가 작동될 수 있도록 운영체제(OS) 업데이트를 진행하기로 했다.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스마트워치 같은 웨어러블 기기 등 총 1억 대의 모바일 기기에 AI를 탑재해 자체 AI 모바일 생태계를 구축하고 글로벌 확산에도 앞장선다는 구상이다. 갤럭시 S24 예약 판매에서 역대 시리즈 중 가장 높은 121만 대의 판매량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반응도 뜨겁다. 시장조사 기관 카운터포인트리서치는 올해 갤럭시 S24 시리즈의 판매량을 전작(약 3000만 대)을 크게 웃도는 3600만 대로 예상했다.
AI폰 시장 개화가 본격화할 조짐을 보이자 중국 제조사들도 시장에 뛰어들면서 추격에 나섰다. 화웨이는 자체 LLM인 ‘판구’와 AI 비서 서비스인 ‘셀리아’를 스마트폰에 연결해 AI폰 구현에 나선다. 특히 화웨이는 자체 개발한 스마트폰 OS ‘하모니’에 판구 탑재 계획을 밝히면서 온디바이스 AI폰 출시를 본격화했다.
샤오미도 자사의 최신 스마트폰인 샤오미 14를 앞세워 AI폰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샤오미의 레이쥔 대표는 모든 모바일·사물인터넷(IoT) 제품에 LLM을 탑재하는 것이 중장기 전략이라고 밝힌 바 있다. 샤오미는 지난해 4월 AI 모델 경량화를 위한 전담 LLM 연구팀을 설립했고 지난해에만 200억 위안(약 3조 7000억 원)을 해당 연구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샤오미는 지난해 8월 공개한 자체 LLM ‘미(Mi)LM’을 모바일 비서 샤오(Xiao) AI에 탑재해 테스트를 진행 중이다. 중저가 스마트폰 시장에 집중해온 비보와 오포·아너 등도 프리미엄폰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AI폰 공세에 나설 계획이다.
애플 또한 참전을 준비 중이다. IT 업계에 따르면 애플은 올해 하반기 새롭게 출시하는 아이폰 16을 통해 AI폰 시장에 모습을 나타낼 것으로 전망된다. 팀 쿡 애플 대표는 최근 콘퍼런스콜에서 개발자들이 AI 기능 개발에 대해 “계속 엄청난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애플은 차세대 OS인 ‘iOS18’에 AI 기능을 대거 업데이트하고 이를 새롭게 출시될 아이폰에 탑재할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에서는 6월 열리는 개발자 대회인 WWDC에서 애플의 AI 전략이 공개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 세계 IT 시장에서 애플의 영향력이 큰 만큼 애플의 AI폰 시장 참전 여부가 향후 시장 확대의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업계 관계자는 “애플이 AI폰 시장에 뛰어들어야 관련 시장의 확대가 더욱 빨라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AI폰 시장의 확산은 직접적인 AI 기술의 혜택을 체험하는 소비자들이 늘어난다는 점에서 정보통신기술(ICT)의 대대적인 혁신을 불러일으킬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지난해까지 엔비디아·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이 AI 붐을 이끌었다면 올해는 스마트폰 제조사와 여기에 탑재할 관련 서비스를 개발하는 기업들이 관련 산업 확장의 중심에 설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금까지 AI 기술 고도화와 이를 위한 칩 확보 경쟁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본격적인 AI 경험 확산과 수익성 발굴이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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