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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日정부, 반도체 보조금 지원 대상에 '경쟁자' 삼성도 검토했다

TSMC 제1·2공장에 11조 원 들이붓는 일본

6년 전 반도체 업체 유치 위한 정책 구상하며

TSMC와 함께 삼성·인텔도 지원 대상 검토

'경쟁자'지만 자국 반도체 산업 위한 역발상

한국은 설비투자 세액공제 외에 지원 미미

일본 규슈 구마모토현의 TSMC 제1공장. 교도AP연합뉴스




세계 최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업체인 대만 TSMC의 일본 제1공장 개소로 글로벌 반도체 시장의 판도가 흔들리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중단기 계획 수립 당시 삼성전자를 유치하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자국 기업 뿐 아니라 경쟁 관계인 해외 기업에도 적극적인 보조금 정책을 펼치고 있는 일본과 지원에 소극적인 우리나라 상황이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25일(현지시간) 아사히신문은 TSMC 공장 유치를 둘러싼 막전막후 뒷얘기를 자세히 공개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지난 2018년 말 반도체 산업 부흥을 위한 보조금 정책을 구상하며 TSMC뿐만 아니라 삼성전자, 미국의 인텔 등 세 곳을 후보군에 놓고 검토했다.

이에 대한 논의를 진행한 이들은 경제산업성에서 반도체 산업을 담당하는 정보산업과의 과장, 디바이스산업전략실장, 과장보좌관이었다. 각각이 최첨단 반도체를 만드는 데 필요한 극자외선(EUV) 노광장치 연구개발에 관여했거나 공학 박사를 취득하는 등 반도체 산업에 대한 이해도가 높은 반도체 전문가들이었다.

이들은 한때 반도체 시장 점유율 50%을 차지했던 일본의 쇠퇴에 대한 깊은 위기 의식을 갖고 있었다. 현재 반도체 제조 장비 회사나 소재 회사들이 경쟁력을 갖고 있더라도 최첨단 반도체 생산기지들이 해외에 설립되면 장비·소재 회사들이 일본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 우려됐다.

이를 막기 위해서 최첨단 반도체 생산 투자가 필요하지만 이미 쇠락한 일본 반도체 제조회사 중에서는 매년 한화로 수천억~수조원에 이르는 설비 투자를 감당할 수 있는 곳이 없었다. 일본 정부는 큰 보조금을 투자해 해외에서 기업들을 유치하자는 결론을 내렸다.



지원 대상 후보에 오른 것은 한국의 삼성전자, 대만의 TSMC 그리고 미국의 인텔이었다. 당시 미·중 무역 갈등이 본격화되면서 생산에 어려움을 겪는 해당 기업들을 일본에 유치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본 것이다. 이 과정에서 반도체 설계를 시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역량을 갖춘 파운드리(반도체 수탁생산)기업인 TSMC가 지원 대상으로 최종 낙점됐다.

일본 정부가 해외 반도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은 통념을 깬 행보다. 통상 정부의 보조금 지급 대상은 경쟁 상대인 타국 기업보다는 자국 기업에 국한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장비·소재 산업 뿐 아니라 반도체 산업 전반의 부활을 위해 역발상을 했다. 아사히 신문은 "해당 정책을 보고받은 니시야마 게이타 전 경제산업성 상무정보정책국장은 미중 대립, 더불어 기존 반도체 생산 기술이 혁신되려하는 패러다임 전환시기에 베팅해보자는 결론을 냈다"고 평가했다.

일본 정부는 TSMC 제1·2공장에 한화로 약 11조원 규모의 보조금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일본 정부는 이미 TSMC의 제1공장에 보조금으로 4760억엔(약 4조2000억원)을 지원했는데, 이날 기시다 총리는 추가로 제2공장에 최대 7320억엔(약 6조5000억원)을 지원할 방침임을 밝혔다.

지원 규모 뿐 아니라 지원 속도도 눈길을 끈다. 일본 정부가 2021년 11월 제1공장 설립 계획을 발표한지 5개월 만에 해당 공장은 공사에 들어갔다. 일본 정부의 전폭적인 행정 지원 덕이다. 또 제1공장 개소와 함께 제2공장 지원 금액도 발표하며 반도체 산업 부활의 신호탄을 쏘아올렸다.

이는 삼성이 국내서 받는 지원과 크게 대비된다는 지적이다. 한국은 설비투자에 대해 세액공제를 기존 8%에서 15%로 확대하는 ‘K칩스법(조세특례제한법)’ 외에 직접 지원은 미미한 실정이다. 이 역시 올해 일몰을 앞두고 있다. 미국, 일본 등 주요국이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나서고 있는 만큼 삼성과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들에 설비투자 뿐 아니라 설계, 설계자산(IP), 설계자동화 등 다방면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한편 일본과 대만이 손잡고 완성한 TSMC 구마모토 공장은 중국 반도체를 견제하고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 24일 제1공장 개소식에 참석한 모리스 창 TSMC 창업자는 "구마모토 공장은 일본과 세계의 반도체 제조를 강인하게 할 것"이라며 "일본 반도체 생산의 르네상스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사히신문은 "TSMC 구마모토 공장은 반도체를 일본에서 확보한다는 경제 안보 측면에서 중요한 거점"이라며 "주변 지역에 반도체 관련 기업의 진출이 잇따르고 있어 지역경제는 특수가 일어나고 있다"고 전했다.

/변수연 기자 diver@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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