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증권(016360)이 지난해 실적 성장을 이뤄내며 업계 영업이익 2위로 뛰어올랐다.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위험에 선제 대응하기 위해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기 때문에 삼성증권의 올해 실적은 더 나을 것이란 기대감이 크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증권은 지난해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28.1% 늘어난 7406억 원을 기록했다. 국내 증권사 중 메리츠증권에 이어 두 번째다. 2022년 4위에서 1년 만에 순위가 두 계단 뛰었다.
삼성증권, 올해 실적 더 좋다
국내 증권사들은 금융 당국의 강력한 권고로 지난해 4분기 대규모 충당금을 쌓았다. 삼성증권도 2000억 원에 달하는 금액을 적립한 것으로 알려지며 지난해 4분기 연결 기준 적자(당기순손실 72억 원)로 전환했다.
다만 다른 대형사 대비 PF 투자에 노출된 자산이 많지 않은 것으로 평가 받는데다 위탁매매·자산관리·투자은행(IB) 등 모든 사업 분야에서 고른 성장을 기록해 올 해 실적은 안정궤도에 진입할 것이란 분석이 주류다. NH투자증권과 유안타증권이 예상한 올 삼성증권의 영업이익은 각각 8580억 원, 9010억 원이다.
윤유동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타사 대비 양호한 4분기 실적을 기록하며 강점으로 꼽히는 리스크 관리 능력을 입증했다”면서 “국내외 투자 자산 익스포저(노출)가 적어 향후에도 부담 요인이 적다”고 분석했다. 정태준 유안타증권 연구원도 “삼성증권의 4분기 손실은 선제적인 적립 성격이 강하다”며 “올해는 이익 성장과 배당 성향 유지에 따른 주당배당금 증가까지 가능할 것”이라고 짚었다.
패밀리오피스 예탁금 20조
업계에선 삼성증권의 또다른 강점으로 고액자산가 대상 자산관리 서비스를 꼽는다. 특히 이 분야는 회사의 높은 신뢰도가 담보되지 않으면 사업을 키우기 힘들다는 점에서 경쟁사가 쉽게 넘보지 못하는 영역이 되고 있다.
삼성증권은 지난 2010년 업계 최초로 초고액자산가 전담 브랜드인 'SNI(Success & Investment)'를 도입하면서 부유층 자산관리 시장을 주도해 왔다. 지난달 공식 출범한 'SNI 패밀리오피스 센터'의 관리 가문수는 80곳에 달하고, 이곳에 잠자는 예탁금만 20조 원을 넘어섰다. 국내 웬만한 중형급 연기금·공제회 자산 규모와 맞먹는다.
SNI 패밀리오피스센터 경쟁력의 핵심은 초고액자산가가 투자할 수 있는 전용 상품을 만들어 공급하는 데 있다. 특히 삼성증권은 투자은행(IB) 업계 내에서 소화되는 기관투자가 중심의 상품을 리테일 시장에 단독 공급하고 있다. 소규모 투자자들만 참여하는 클럽딜(Club Deal), 삼성증권이 자기자본을 함께 투자하는 공동투자(Co-Investment) 기회가 제공되면서 호응을 얻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방식으로 지난해 초고액자산가들과 함께 KT클라우드·SK팜테코의 상장 전 지분 투자(프리IPO)를 성사시켰다. 특히 KT클라우드 투자 상품은 ‘슈퍼리치’들에게 최대 100억 원 한도로 투자금을 모집했는데 목표치를 상회하는 자금이 쏠릴 정도로 반응이 좋았다.
삼성증권 관계자는 “IB·세무 및 부동산 등 각 분야에서 총 60명으로 구성된 전문인력들이 각 패밀리오피스의 전담 위원으로 파견된다”면서 “자산관리뿐 아니라 상속·유언장 작성 등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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