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엔비디아의 그래픽처리장치(GPU) 시장 집중화가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공정거래위원회가 감시를 강화해야 한다는 연구 용역보고서가 나왔다. 공정위가 글로벌 반도체 기업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26일 한국과학기술원(KAIST) 공정거래연구센터가 최근 공정위에 제출한 ‘반도체 산업 실태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엔비디아의 데이터센터 인공지능(AI) 컴퓨팅용 GPU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90%가 넘는다. 해당 보고서는 공정위가 지난해 반도체 시장의 불공정거래 유형을 파악하기 위해 KAIST에 발주한 연구용역 과제다. KAIST는 보고서에서 “엔비디아가 우월적 지위를 갖고 있다”며 “경쟁 당국의 시장 지배적 지위 남용 등의 불공정 경쟁 관련 주의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KAIST는 소수의 팹리스(반도체 설계) 기업이 전방 산업을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KAIST는 “소수의 시스템반도체 설계 전문 팹리스 기업이 시장 내 지배적 지위를 차지하고 기술 발전을 주도하고 있다”며 “엔비디아는 핵심 팹리스 기업이 내부 연구개발(R&D)로 독자적 기술 혁신을 이끄는 ‘독립적 기술 혁신’ 유형의 예”라고 설명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도 이 같은 독과점 우려가 크다고 평가했다. KAIST는 “기존 반도체 제조 공정의 기술 전력 화두는 미세화”라며 “반도체 산업은 기술적 한계로 제조·공정 비용이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해 이를 감당하고 수익성 있는 투자를 할 수 있는 소수의 반도체 파운드리로 집중화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KAIST는 “중소 팹리스 기업의 진입을 어렵게 하는 불공정 문제에 대한 경쟁 당국의 관심이 요구된다”고 덧붙였다.
공정위가 엔비디아 등 지배적 지위를 가진 글로벌 반도체 기업을 대상으로 감시 수위를 높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반도체 시장을 선점한 소수 사업자의 경쟁제한 행위는 혁신을 저해하는 데다가 결과적으로 소비자 피해로 이어진다는 것이 공정위 시각이다. 공정위가 지난해에 이어 올해 주요 업무 계획에서도 반도체 업계 불공정거래 관행을 엄단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것도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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