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방의 군사동맹인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의 동진을 막겠다는 명분으로 우크라이나 침공을 감행했던 러시아가 오히려 나토에 포위당하는 모양새가 됐다.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중립국인 핀란드와 스웨덴이 잇따라 나토에 가입하면서 러시아는 더 많은 국경을 나토 회원국과 인접하게 됐다.
26일(현지시간) 헝가리 의회는 이날 오후 스웨덴의 북대서양조약기구, 나토(NATO)의 가입 비준안을 가결했다. 마지막 남은 헝가리의 최종 동의를 확보하면서 스웨덴은 사실상 32번째 나토(NATO) 회원국이 됐다. 지난해 4월에는 핀란드가 31번째 나토 회원국이 됐다.
두 나라는 2년 전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을 계기로 나토에 가입하게 됐다. 1814년 마지막으로 전쟁을 치른 이후 200년 넘도록 비동맹 중립 노선을 견지해온 스웨덴은 2022년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안보 불안이 커지자 3개월 뒤 핀란드와 함께 나토 가입을 신청했다.
'나토의 동진 저지'를 우크라이나 침공의 명분으로 내세웠던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으로서는 나토 확대라는 정반대의 결과를 맞게 된 셈이다.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지난해 핀란드에 이어 곧 스웨덴으로 나토가 확대되는 것은 푸틴 대통령이 계산하지 못했던 우크라이나 침공의 결과"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푸틴 대통령이 더 이상 영구적 평화를 꿈꾸지 않는, 확대되고 동기 부여된 나토와 마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특히 군사 강국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이 합류하면서 러시아 제2의 도시 상트페테르부르크와 맞닿은 전략적 요충 발트해를 나토 동맹국이 사실상 포위하는 형세가 됐다.
러시아의 핵심 군사기지인 역외영토 칼리닌그라드도 발트해 연안에 있다.
나토 회원국들은 나토의 '안보 무임승차론'을 주장해온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의 재집권 가능성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스웨덴 국방연구소 책임자인 로버트 달쇼는 만약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되고 나토 동맹 방어에 대한 미국의 약속에 심각한 의문이 제기된다면 "푸틴이 나토의 결의를 시험하도록 영향을 미칠지도 모른다"고 NYT에 말했다.
나토 회원국들이 앞다퉈 자체 방어력 증강에 나서고 있는 가운데 북유럽의 대표적 군사 강국인 스웨덴의 나토 합류는 나토 방어력 강화에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NYT에 따르면 첨단 방위산업을 보유한 스웨덴은 발트해의 험난한 환경에서 작전할 수 있도록 설계된 잠수함과 코르벳함(호위함), 전투기 등을 자체 제작하고 있다.
나토는 향후 스웨덴 동남부에 있는 고틀란드섬을 중심으로 대러 방어선을 재구축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핀란드에 이어 스웨덴까지 합류하면서 나토와 접한 러시아 국경선은 기존보다 늘었고, 전략적 요충지인 발트해는 나토 동맹국이 사실상 포위하는 형세가 됐다.
이에 따라 러시아는 나토 확장에 대응해 14년 전 폐지했던 모스크바와 레닌그라드의 군관구를 부활하기로 했다.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2010년 국방개혁 때 서부 군관구로 통합했던 두 군관구를 다시 분리하는 내용의 대통령령에 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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