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과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시아 주요 5개국으로의 수출이 중간재에 쏠려있는 가운데 소비재 수출을 확대해 소비 시장을 공략해야 한다는 제언이 나왔다.
한국은행은 27일 이 같은 내용이 담긴 보고서 ‘우리나라의 대(對)아세안5 수출 특징 및 향후 전망’을 발표했다. ‘아세안(동남아시아국가연합)5’는 아세안 10개국 중 우리나라와 수출이 활발한 베트남과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필리핀·태국을 말한다.
우선 보고서는 아세안5으로 수출하는 반도체 등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의 대중 규제로 글로벌 생산 기지가 중국에서 아세안으로 바뀌며 아세안5의 중간재 수입 시장을 둘러싼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이 비교적 우위를 보이던 반도체 등 고위기술 중간재 시장에서의 점유율마저 2017년부터 상승세를 멈추고 13% 안팎에서 정체되고 있다는 점을 짚었다. 보고서는 “중국까지 비용 절감을 위해 아세안5 지역으로의 생산기지 이전을 확대한 탓”이라며 “최근 중국이 미국의 무역규제를 회피하기 위해 베트남 등을 통한 우회 수출을 늘리고 있는 점도 상당 부분 영향을 줬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대아세안 수출이 꾸준히 성장하기 위해서는 우리 주력 중간재의 질적 고도화에 힘써야 한다”고 말했다.
동시에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힘써야 한다고도 지적했다. 2022년 기준 아세안5의 한국 수입 품목 중 89.0%가 중간재다. 대아세안5 수출 품목을 소비재로 다변화해 인구가 많은 아세안5의 소비 시장을 공략할 필요가 있다는 조언이다.
보고서는 “최근 중국과 일본 기업들은 자동차·배터리 공장 착공 등을 통해 현지생산과 역내 판매 증대를 동시에 추진하고 있다”며 “스마트폰 공장 준공, 차량용반도체 공장 건설 등 아세안 지역의 풍부한 소비시장을 겨냥한 투자도 늘리는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중장기적으로 아세안의 인구 및 소비 시장 성장 가능성을 감안해 양질의 소비재 수출 증대에도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덧붙였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