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가 거대언어모델(LLM)을 경량화한 소형언어모델(SLM)을 적극 공급하고 기업소비자간거래(B2C) 사업을 발굴하는 방향으로 올해 인공지능(AI) 전략을 설정했다. 정보통신기술(ICT) 업계가 AI 모델 개발을 넘어 구체적인 수익화 경쟁 단계로 넘어간 만큼 KT 역시 시장성 높은 사업 위주로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김영섭 KT 대표는 27일(현지 시간) 세계 최대 이동통신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가 열리고 있는 스페인 바르셀로나의 한 호텔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LLM을 제공하는 동시에 SLM도 제공하는 멀티옵션 전략으로 다양한 수요에 대응하겠다”며 “이를 통해 AI와 ICT를 더한 AICT 기업으로 거듭나겠다”고 밝혔다.
KT는 지난해 자체 개발한 LLM ‘믿음’을 출시하며 AI 기업으로의 체질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이어 올해는 AI모델을 수익화하기 위해 ‘믿음’의 경량형인 SLM을 고객사들과 적극 개발하고 공급할 계획이다. SLM은 LLM보다 규모가 작지만 제조·금융 등 특정 분야에 맞게 학습함으로써 해당 분야에서는 높은 성능을 보이는 AI모델이다. 구글이 21일(현지시간) 공개한 ‘젬마’가 대표적이다.
김 대표는 “앞서 AI가 무엇인지 알기 위해 과감히 LLM에 투자했고 이를 통해 우리는 비싼 경험을 얻었다”며 “앞으로는 실질적인 AI 서비스 경쟁에 대응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고객사에게 돈을 받고 서비스할 수 있는 수익화를 구상해야 하는데 모두 LLM을 구비할 생각은 없을 것”이라며 “대신 자기만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규모가 작지만 질적으로 (LLM과) 비슷한 SLM을 장착하고 사업을 성장시키고 싶어한다”고 설명했다. LLM ‘믿음’으로 큰 저수지를 만들었으니 파이프를 통해 SLM이라는 물을 고객사에게 공급하겠다는 것이다.
간담회에 동석한 오승필 KT 기술혁신부문장(CTO)은 “(LLM보다 작은) 70억 개나 400억 개 파라미터 정도의 SLM을 제공할 예정”이라고 했다. 그는 그러면서 “슈퍼앱과 관련해서도 여러 가지 (사업) 계획을 가지고 있다”며 “올해는 B2C 쪽에도 많은 변화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비스 개발사들을 고객으로 유치하기 위한 AI모델 경량화와 함께 KT가 SK텔레콤의 ‘에이닷’ 같은 AI 에이전트(비서) 서비스 개발 계획을 시사한 것이다.
KT는 AICT 기업 전환을 위해 올해부터 1000명 규모의 ICT 인재를 채용하고 사내 임직원의 AI 리터러시(이해도)를 높이기 위해 ‘AX 디그리’ 프로그램을 운영한다. 임직원에게 6개월에 걸쳐 AI모델링, 데이터 사이언스, 디지털 리터러시, 클라우드 인프라, 데이터 분석 등 수료조건을 만족해야 다음단계를 수강할 수 있는 교과과정이다. KT는 또 생성형 AI 개발 플랫폼 ‘젠아이두’와 챗봇 ‘제니’를 적극 활용해 임직원의 업무 효율을 높일 계획이다. ★본지 2023년 12월 29일자 15면 참조
핵심 사업에도 AI를 도입한다. 인터넷(IP)TV ‘지니TV’의 콘텐츠 마케팅 문구를 자동으로 생성하거나 콘텐츠의 흥행 등급을 예측하고 영상 화질을 개선해주는 등 미디어 사업에 AI를 적용한다. AI 안전성 확보를 위해 거버넌스도 세울 계획이다. 김 대표는 “이번 MWC에 참가해 NTT도코모와 차이나모바일 등 다양한 기업을 만났다”며 “(AI 사업 강화라는) 회사의 전략 설정이 틀리지 않았다는 점을 느꼈다”며 “잘 하고 있는 분야에 더 잘할 수 있는 것을 더해 고객에게 차별화된 가치를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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