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메뉴

검색
팝업창 닫기
이메일보내기

[사이언스] 전쟁판 바꾼 AI 드론…"통제 못하면 재앙"

◆SF '터미네이터' 현실화 우려

AI전으로 변한 우크라·가자전쟁

미중러 등 기술개발 '무한경쟁'땐

인간의 생사 결정권도 넘어갈수도

규제 범위 마련할 국제적 합의 시급

AI 무기 체계가 세계 곳곳의 전장에서 위력을 발휘하고 있다. 사진 제공=셔터스톡




인공지능(AI) 드론이 우크라이나와 팔레스타인 가자지구에서 첨병 역할을 하는 등 현대전에서 AI 무기 체계가 맹위를 떨치고 있다. 갈수록 AI 무기 체계가 발전하면서 전쟁의 게임체인저로까지 부상할 것으로 전망된다. 전문가들은 “지금 속도대로 AI 무기가 발전하면 자칫 인간의 생사 결정권마저 AI로 넘어갈 수도 있다”며 AI 무기의 규제 필요성을 강조했다.

24일로 3년 차에 접어든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모두 AI를 탑재한 드론 공격에 적극 나서고 있다. 이제는 드론이 건물 안이나 은폐·엄폐물 너머의 목표물을 찾아 타격할 정도로 발전했다. 군인들은 먼 곳에서 인공위성을 활용한 인터넷과 통신을 바탕으로 AI 드론을 조종한다. 우크라이나군이 최근 텔레그램에 “해상 공격용 드론으로 크림반도 부근의 러시아군 대형 상륙함을 격침했다”고 밝힌 게 한 예다. 영국왕립합동군사연구소는 우크라이나군의 드론 공격이 하루 300대 이상이라고 추정한다. 우크라이나는 1대당 400달러(약 50만 원) 정도에 만들 수 있는 주력 ‘FPV 쿼트콥터형 드론’의 생산 규모를 올해 100만 대까지 늘릴 방침이다. 캐나다가 최근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기로 한 800여 대의 공격용 드론은 1대당 약 1억 2000만 원 가까이 되지만 대체로 저렴한 드론이 주를 이룬다. 미하일로 페도로우 우크라이나 부총리 겸 디지털 장관은 “승패는 드론의 양과 기술 수준, 운용법에 달렸다”고 했다.

적진에 침투한 병사들이 드론을 활용해 정찰하고 있다.


러시아도 이란의 ‘샤헤드-136’ 드론을 활용하면서도 자체 드론 생산을 크게 늘리고 있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최근 “AI 기술을 군수산업에 도입하는 것이 더 향상된 군사 장비의 개발과 제조 다음 차례”라고 말했다. 러시아는 그동안 레이더망을 실시간으로 탐지해 스스로 조절하며 목표물을 타격하는 AI 미사일을 개발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를 공습하거나 목표물을 타격할 때 AI를 적극적으로 이용한다. 빅데이터를 학습한 AI는 수많은 전투기와 드론, 무인 헬리콥터에 목표물 대상과 공격 시기 제안, 우선순위 지정, 탄약량 계산 등을 해준다. 군인은 배낭에 드론을 넣고 다니다가 드론을 띄워 정찰·공격을 할 수도 있다. 지상에서는 경로가 설정된 자율주행 소형무인장갑차를 통해 정찰·수송은 물론 기관총 공격까지 할 수 있다. AI는 역으로 드론 공격을 격퇴하는 데도 사용된다. 이스라엘군은 하마스의 드론 공격에 대해 소총·기관총에 부착된 AI 광학 조준기로 자동 포착해 저격수처럼 명중시키는 기술도 최근 도입했다. 총 500㎞ 길이로 추정되는 하마스의 지하 터널망 지도를 만들 때도 터널에 드론군을 투입해 지형을 파악했다.



AI 최강국인 미국과 중국은 AI 무기 체계 구축을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미국은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 당시 자율비행 능력을 갖춘 대규모 드론 무기 시험비행에 성공했다. 중국은 시진핑 주석이 2017년 ‘AI 군사화’를 언급한 뒤 투자를 크게 늘려왔다. 최성환 한화시스템 항공우주사업 부문 전문위원은 “미국은 대만해협에서 중국과의 충돌에 대비해 우주에서 표적을 식별하는 것은 물론 내년까지 무인 수상함을 포함하는 AI 함대를 구축하기로 했다”며 “일찌감치 육해공에서 AI 무기 체계 시스템 구축에 나선 중국을 의식해 AI 기술의 군사적 활용 가능성을 확인하고 기술 투자에 적극 나서고 있다”고 전했다.

이처럼 AI 기술이 드론·로봇·미사일·전투기·함정·무인잠수정 등 무기 체계에 본격적으로 접목되면서 우려도 커지고 있다. AI가 작전 계획을 짜고 공격도 하는 상황에서 자칫 인간에 대한 생사 결정권을 쥘 수도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미국 공군의 한 시뮬레이션 실험에서는 AI 드론이 최종 결정권자인 조종자를 오히려 공격했다는 주장이 나와 충격을 줬다. 이런 식이라면 언젠가 인간에게 적대적인 킬러로봇이 출현할지도 모른다. 마치 공상과학(SF) 영화 ‘터미네이터’의 일부 장면이 현실에서 재연될 수 있는 셈이다.

병사들이 정찰용 AI 드론을 띄우고 있다.


이에 따라 10여년 전부터 ‘치명적인 자율무기 시스템’의 위협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왔다. 유엔은 지난해 12월 ‘무기 체계의 AI와 자동화’를 우려하는 결의안을 152개국의 찬성으로 총회에서 채택했다. 하지만 러시아·인도·벨라루스 등 4개국이 반대하고 중국·이스라엘·이란 등 11개국은 기권해 실효성은 회의적이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지난해 11월 시 주석과의 미중정상회담에서 핵무기의 AI 접목 금지 안건을 포함했으나 얼마나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김정호 KAIST 전기·전자공학부 교수는 “AI 무기 개발이 무한 경쟁으로 치달으면 자칫 공멸할 수 있어 AI 무기 규제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필요하다”며 “국제사회에서 AI 연구를 안전하게 뒷받침할 윤리적 토대와 원칙·기준을 마련해 합의를 끌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주소 : 서울특별시 종로구 율곡로 6 트윈트리타워 B동 14~16층 대표전화 : 02) 724-8600
상호 : 서울경제신문사업자번호 : 208-81-10310대표자 : 손동영등록번호 : 서울 가 00224등록일자 : 1988.05.13
인터넷신문 등록번호 : 서울 아04065 등록일자 : 2016.04.26발행일자 : 2016.04.01발행 ·편집인 : 손동영청소년보호책임자 : 신한수
서울경제의 모든 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복사·배포 등은 법적 제재를 받을 수 있습니다.
Copyright ⓒ Sedaily, All right reserved

서울경제를 팔로우하세요!

서울경제신문

텔레그램 뉴스채널

서경 마켓시그널

헬로홈즈

미미상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