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를 처음 배울 때 자주 듣는 말 중 하나가 ‘하체 고정’이다. 기초가 흔들리지 않아야 정확한 타격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하체가 너무 경직돼도 문제다. 특히 중장년 골퍼에게는 치명적이다. 그렇지 않아도 몸의 유연성이 떨어지는데 하체를 뻣뻣한 각목처럼 붙잡아 놓은 채 상체만 돌리려고 하니 회전이 제대로 될 리 없다.
많은 스윙 코치들은 “유연성이 떨어질수록 하체를 적절하게 움직여줘야 골반과 상체의 회전도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다”고 조언한다. 하체를 고정하라는 건 상하 또는 좌우로 과도하게 움직여 축이 무너지게 하지 말라는 뜻이다.
사진은 2주 전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제네시스 인비테이셔널 정상에 오른 마쓰야마 히데키의 최종일 티샷 장면이다. 그는 4라운드에서만 9언더파를 몰아치며 역전 우승에 성공해 아시아 선수 PGA 투어 최다승(9승) 기록을 세웠다. 그의 백스윙 톱 자세를 보면 무릎의 움직임이 매우 활발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왼쪽 무릎이 사선 방향으로 굽으면서 앞으로 나와 있다. 다운스윙에서는 오른 무릎을 타깃 방향으로 이동시키며 지면을 힘차게 밟아준다. 올해 54세인 필 미컬슨의 무릎 동작은 이보다 훨씬 크다.
임성재 등을 지도하는 교습가 최현은 “한 가지 주의할 점은 백스윙을 할 때 왼쪽 무릎이 정면이 아니라 사선 방향으로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무릎이 정면으로만 굽혀지면 중심축이 오히려 타깃 방향으로 이동하는 역 피봇 현상이 발생할 수 있다”고 했다. 사선 방향으로 무릎이 움직이면서 백스윙을 해야 체중이 오른발 뒤꿈치로 원활하게 이동한다는 설명이다.
마쓰야마의 스윙에서 또 하나 참고할 점은 ‘찰나의 여유’다. 그는 백스윙이 느린 데다 톱에서는 아주 잠깐 멈춘다. PGA 투어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마쓰야마는 톱에서 다운스윙으로 전환하기 전 0.2초 ‘쉼의 시간’을 갖는다.
최현은 “아마추어 골퍼들이 슬라이스를 내는 주요 원인 중 하나는 강하게 치려는 욕심에 손과 팔은 빨리 움직이는데 클럽이 그에 따르지 못해 페이스가 열린 상태로 임팩트가 되는 것”이라며 “마쓰야마처럼 마음의 여유를 가지고 다운스윙을 시작해야 정확한 임팩트 타이밍을 찾기가 수월해진다”고 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