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의 한 혁신도시에 거주하는 윤 모 씨는 수도권으로의 이주를 고민하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의 생활 편익 차이가 지나치게 크기 때문이다. 윤 씨는 “현재 거주지는 쿠팡의 ‘새벽 배송 서비스 불가 지역’으로 온라인 주문을 할 수 없는데 대형 마트도 새벽 배송이 금지돼 있다”며 “정치권에서 수도권과 지역 편차를 없앤다며 이런 불편함은 왜 해소하지 않는지 이해되지 않는다”고 울분을 토했다.
정부가 수도권 집중을 억제하고 지역 생활 기반을 높이기로 했지만 정작 생활 밀착형 정책은 겉돌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비수도권 상당수 지역에서 온라인 전용 유통 업체의 ‘새벽 배송’ 서비스가 제한돼 있는데 대형 마트마저 새벽 영업을 할 수 없어 주민들의 편의성이 심각하게 떨어진 것이다. 지역 소비자 단체 등은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이 하루빨리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한다.
4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유통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국 250개 시군구 중 123곳(49.2%)은 쿠팡·SSG닷컴(이마트)·컬리·오아시스 등 4개 온라인 유통 업체의 새벽 배송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새벽 배송은 자정 이전에 주문하면 다음 날 이른 새벽에 신선식품 등을 자택으로 배송하는 서비스를 말하며 젊은 맞벌이 부부나 1인 가구 등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온라인 유통 업체는 배송망 등을 이유로 현재 상당수 지역에서의 새벽 배송 서비스를 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규제로 지역 소비자의 불편은 커지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지난달 민생 토론회에 참석한 한 워킹맘은 “대도시나 수도권에 잘 갖춰진 새벽 배송 서비스를 강원도에서 쓸 수 없는 건 일종의 지역 차별”이라고 지적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 설문에 따르면 새벽 배송 불가 지역의 소비자 84%가 ‘새벽 배송을 제공하면 이용할 것’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지역 소비자 단체는 대형 마트의 영업시간 규제가 풀리면 비수도권에서도 새벽 배송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현행 규정상 대형 마트는 영업시간이 아닌 자정부터 오전 10시까지 상품을 배송할 수 없다. 이 같은 불편함을 해소하기 위한 유통산업발전법안은 이미 국회에 제출된 바 있다. 하지만 지난달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는 임시 회기 동안 소집조차 되지 않았다. 4월 총선을 앞둔 정치권에서 선거에만 몰입하고 있어 민생 법안이 제대로 논의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는 해당 법안만 통과할 경우 지방에서도 새벽 배송 서비스를 원활하게 이용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강경성 산업부 제1차관은 “전국적으로 새벽 배송에 대한 국민 수요가 높은 데다 대형 마트 업계도 서비스 공급을 위한 준비가 완료돼 있다”며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의 조속한 국회 통과가 필요하다”고 언급했다.
※공동기획: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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