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립 55주년은 대한항공에는 남다른 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기업결합을 위한 14개국의 심사가 사실상 끝난다. 상반기 내 미국의 허가만 얻으면 ‘초대형 항공사(메가 캐리어)’의 출범이 가능하다. 더욱이 올해는 반세기가 넘은 대한항공 역사와 선대에 이은 3세 경영자인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 겸 대한항공 대표이사에게도 중요하다. 조 회장이 4일 창립 기념일에 “통합 항공사를 우리 역량으로 정성껏 가꾸면 글로벌 항공 업계의 아름드리나무로 자랄 수 있다”고 역설한 이유다. 조 회장은 기념사에서 “아시아나항공 인수 결의의 순간부터 매서운 겨울이 닥쳤지만 튼튼한 나무는 겨울이 길수록 안으로 더 촘촘한 나이테와 단단한 무늬를 만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합병이 막바지에 이른 만큼 아시아나항공의 성공적인 인수와 통합 항공사 출범을 위한 임직원 모두의 협력을 당부했다. 그는 “오랜 시간 많은 고민을 담았던 과정이 마무리되고 나면 우리 모두 역사적인 다음 페이지의 서사를 써 내려가는 주인공이 될 것”이라고 했다.
통합 항공사의 출범은 1988년 아시아나항공 창립으로 형성된 양대 국적 항공사 체제가 36년 만에 막을 내린다는 의미가 있다. 통합 항공사는 세계 10위권 규모의 메가 캐리어로 출발하게 된다. 국제항공운송협회(IATA)에 따르면 팬데믹 전인 2019년을 기준으로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의 비행 거리를 합하면 세계 10위인 미국 아메리칸항공에 맞먹는다. 기업결합에 따라 아시아나항공의 화물 사업 부문을 매각하더라도 ‘통합 대한항공’이 화물 부문에서 글로벌 10위 이내 지위를 유지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대한항공이 총 10조 원이 넘는 아시아나항공의 부채를 떠안게 되는 점은 부담이다. 아시아나항공과의 ‘화학적 결합’ 또한 큰 숙제다. 조 회장은 임직원들에게 “함께 지켜가야 할 가치에 집중하면서 서로 존중하고 화합하는 모습으로 더욱 단단한 대한항공, 모두가 행복하게 일하는 일터를 만들자”고 당부했다.
<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