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 5~10년 뒤에는 누구도 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하지 않을 것입니다.”
팀 회트게스 도이치텔레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달 26일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24’ 기조연설에서 이같이 밝혔다. 도이치텔레콤은 이번 MWC에서 앱이 필요 없는 형태의 인공지능(AI)폰 시제품을 공개했다.
올해 1월 출시된 삼성전자의 갤럭시 S24 시리즈를 시작으로 AI폰이 쏟아지며 ‘앱 없는 스마트폰’ 시대가 곧 펼쳐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앱 업계에서는 AI폰이 통·번역, 음성의 문자 변환(STT) 등을 자체적으로 제공하기 시작하면서 해당 기능을 제공하던 앱부터 대체하기 시작할 것으로 예상한다.
정보기술(IT) 업계에서는 온디바이스 AI를 활용하는 AI폰의 강점으로 ‘사용자 보안’을 꼽는다. 통상 AI 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서는 데이터가 클라우드를 거쳐야 한다. 하지만 온디바이스 AI는 인터넷에 연결되지 않더라도 기기 내에서 AI 모델이 작동해 민감한 정보의 외부 유출 우려가 적다.
인터넷 접속이 힘든 경우에도 AI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갤럭시 S24는 해외여행 중 인터넷 연결 없이도 실시간 통역 등 서비스를 지원한다. 외부 서버를 거치지 않고 기기 내에서 실시간으로 연산하기 때문에 응답 속도도 빠른 편이다.
다만 AI폰이 기존의 앱 생태계를 흔들기 위해서는 해결할 과제가 많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우선 이용자가 체감하기에 현재 등장한 기능이 기존 앱과 차별화되지 않는다는 지적이다. 기능 고도화를 추구하는 기존 앱 사용자를 빼앗아오기에는 ‘보안성’ 장점만으로 부족하다는 반응이 나온다. 사용자가 인터넷을 사용할 수 없는 환경에 놓이는 경우도 흔치 않다. 나정환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아직 아이폰의 사례처럼 혁신적인 기기는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앱이 필요 없는 AI 비서의 등장도 시기상조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AI에 명령을 내리는 방식으로 웬만한 기능을 구현하기 위해서는 빠르게 연산할 수 있는 고성능의 하드웨어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모바일애플리케이션프로세서(AP) 성능으로는 이를 구현할 수 없다는 것이 중론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온디바이스 AI는 필연적으로 작은 크기로 제한된 능력을 가질 수밖에 없다”며 “차별화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다양한 AI 서비스의 자리를 위협하는 데는 한계를 갖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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