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으로 ‘코코아 대란’이 현실화될 것이란 우려가 제기되는 가운데 국내 식품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초콜릿이 들어간 상품의 소비자가격 인상 압력이 갈수록 커져서다. 아예 원물 수급이 원활하지 않아질 가능성까지 높아지고 있다.
코코아 선물가 1년새 2배 이상↑
이상기후에 역대 최고 수준 폭등
이상기후에 역대 최고 수준 폭등
4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에 따르면 이달 들어 뉴욕 상품거래소에서의 코코아 선물 가격은 톤당 평균 6327달러 선에서 형성됐다. 지난달 26일에는 역대 최고 수준인 6557달러까지 치솟기도 했다. 전년 동월의 2775달러와 비교하면 2배를 훌쩍 넘긴 수치다.
코코아 가격 상승은 이상 기후 현상으로 작황이 부진하면서 촉발됐다. 세계 코코아 수확량의 3분의 2를 차지하는 서아프리카에 엘니뇨로 폭우가 쏟아지면서 질병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이후에도 여러 요인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상승세의 장기화를 부채질하는 모양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서아프리카 농업 정책 실패로 초기 대응에 실패한 후 현지에서 사재기 수요까지 몰리며 원물 가격이 추가로 올랐다”고 전했다.
카카오빈 수입 롯데웰푸드 직격탄
식품·프랜차이즈업계 부담 현실화
식품·프랜차이즈업계 부담 현실화
직접 카카오빈을 수입·가공해 대표적 판형 초콜릿 ‘가나’를 생산하는 롯데웰푸드에게 이 같은 상황은 직격탄으로 작용하고 있다. 품질 관리를 위해 이 제품 카카오빈의 80% 가량을 가나산으로 충당하고 있어서다. 롯데웰푸드 관계자는 “브랜드 정체성 탓에 가나산 카카오빈의 비율을 최대한 유지한다는 방침이지만 부담이 커진 게 사실”이라고 설명했다. 빼빼로를 비롯한 다른 제품의 경우 산지를 다변화할 수는 있지만, 이 경우에도 가격 부담 증가는 불가피하다. 허쉬 등 글로벌 제조사에 비하면 국내업체의 매입 규모가 작아 협상력이 약하기 때문이다.
2차 가공품을 활용하는 국내 다른 제조업체도 상황은 마찬가지다. 오리온은 가공된 카카오매스를 수입해 투유 등 판형 초콜릿 뿐 아니라 초코송이와 다이제 등 과자류를 생산한다. 오리온 관계자는 “아직 제품 생산에 문제가 있는 상황은 아니지만 부담이 커져 현재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밝혔다.
초콜릿이 들어가는 각종 음료와 디저트류를 판매하는 프랜차이즈 업계도 고민에 빠진 분위기다. SPC 관계자는 “서아프리카산 코코아 가격 급등에 대한 상황을 인지하고 있다”며 “원가 상승의 압박이 있지만, 다각도로 이에 대한 대책을 고심 중”이라고 말했다.
코코아 외에도 물류·인건비와 설탕값 등 다양한 요인이 식품 업계에 가격 인상 압력으로 작용하고 있다. 다만 또 다른 식품업계 관계자는 “원재료값 급등에도 당분간은 울며 겨자먹기로 감내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내달 10일 총선을 앞두고 생활 물가에 정치권의 이목이 쏠려 있기에 쉽사리 인상 카드를 검토할 수는 없다는 얘기다. 실제 지난해 초 설탕을 비롯한 원물 가격이 급등한 상황에서 식품업계는 일부 상품의 최종소비자가 인상 계획을 세웠지만 정부 압박에 보류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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